13일 파리 테러 사망자 132명의 신원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지인 및 생존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달아 글을 올리면서 전 세계인이 이들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특히 테러 장소가 공연장, 식당, 카페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피해자도 변호사, 건축가 등 20∼40대 전문직이 많았다고 가디언 등이 15일 보도했다.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바타클랑 극장 테러에서 살아남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이소벨 보더리 씨(22)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존자의 절절한 소회를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모두가 즐겁게 웃고 춤추고 있는데 갑자기 테러범들이 총을 난사했다. 바로 앞에서 10여 명이 총에 맞고 바닥은 피로 물들었다”며 “한 시간 넘게 시체더미 속에 누워 죽은 척했다. 숨을 참고 움직이지 않았으며 울지도 않았다. 테러범들이 원하는 공포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고 긴박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22년간의 내 인생을 끝낼 총알을 기다리면서 내가 한 일은 사랑하는 모든 이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보더리 씨는 악몽 같은 테러 속에서도 인류애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본인의 목숨을 걸고 내 머리를 감싸준 남자, 수백 명을 구한 경찰, 길에서 나를 위로해준 낯선 이들, 생존자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집 대문을 열어준 여성, 피로 얼룩진 내 옷을 보고 새 옷을 사다준 친구 등이 모두 영웅”이라며 “내가 사랑한 이들이 앞으로도 인간의 선함을 믿기를 바란다. 테러범이 승리하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희생자들이 꿈꿨지만 그들이 더는 살 수 없는 삶을 우리가 대신 채워가야 한다”며 “숨진 천사들이여 저 세상에서 평안하길.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생존자로서의 굳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보더리 씨가 쓴 이 글은 ‘좋아요’를 230만 개 이상 받았고 약 70만 건 공유되며 지구촌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을 했던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매니저인 영국인 닉 알렉산더 씨(36)의 애인 폴리나 버클리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15일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는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행복한 때가 담겨 있다. 폴리나 씨는 “당신은 언제나 내 인생 최고의 사랑이며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글까지 덧붙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랍인 피해자도 있었다. 모로코 라바트 출신으로 파리 ENSA 건축학교를 졸업한 건축가 아미네 이브놀모바라크 씨(28)는 카리용 카페에 있다 변을 당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성지순례까지 다녀온 독실한 무슬림이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의 총에 희생돼 안타까움을 남겼다.
미국 여대생 노에미 곤잘러스 씨(23)는 파리 스트라테 디자인대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봉변을 당했다. 캄보디아 식당 프티 캉보주에서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다 총에 맞아 숨진 것. 스트라테대의 한 교수는 “곤잘러스는 별처럼 빛나는(shining star) 학생이었다”며 애통해했다. 런던정경대(LSE) 출신의 엘리트로 최근 파리 유명 로펌 호건 로벨에서 형사담당 변호사로 일하던 프랑스인 발랑탱 리베 씨(26)도 바타클랑 극장에서 숨졌다. 그의 동료는 “재능과 인격 모두 훌륭했다. 회사의 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이 외에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앨범을 낸 유니버설 뮤직 직원 토머스 아야드 씨(32), 프랑스 음악 평론가 기욤 드셰르 씨(43)도 바타클랑 극장에서 희생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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