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 10여명, 총쏘며 호텔 난입… “알라는 위대하다” 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파리테러’ 1주일만에 말리서 인질극

말리 수도 바마코의 최고급 5성 호텔을 습격한 괴한들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딘’으로 알려졌다. ‘안사르 알딘’은 ‘신앙의 수호자’로 불리는 단체로 ‘안사르 디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분파로 시작했으나 점차 이슬람국가(IS)가 득세를 하자 2014년부터 IS를 추종하기 시작한 단체다. 지난달 코엑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해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괴한들은 20일(현지 시간) 차량을 이용해 말리 수도 바마코의 외교가에 있는 래디슨블루 호텔에 도착한 뒤 호텔 경비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며 호텔에 난입했다. 이 호텔은 외교가에 있어 외교관들이 많이 묵고, 에어프랑스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텔 관계자는 “무장한 남성 약 10명이 호텔에 도착한 직후 호텔 앞 모든 경비원에게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호텔 7층 복도에서도 총기를 마구 쏘아댔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과 말리인 2명이 사망하고, 호텔 앞을 지키던 경비원 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 호텔을 소유한 미국의 레지도호텔그룹은 “투숙객 140명과 호텔 직원 30명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말리 군인과 경찰은 190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 주변을 봉쇄한 상태에서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헬기까지 호텔 상공을 선회하며 군경 작전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억류돼 있던 중국인 4명과 에어프랑스 소속 직원 12명 등 30여 명이 풀려났다. 인질로 잡혀 있던 기니의 유명 가수 세쿠바 밤비노 씨는 풀려난 뒤 “총소리를 듣고 깨어났고, 괴한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와 뭔가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이슬람 경전 꾸란을 암송해 보라고 하고 암송할 수 있는 인질은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인 20명, 프랑스인, 터키항공 직원 6명 등 138명은 진입 작전이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고 레지도호텔그룹을 인용해 BBC가 전했다.

현재 이웃 국가 차드를 방문 중인 말리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은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대사관은 곧바로 트위터에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외출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말리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은 2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말리 인질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바마코는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황색) 지역이며 나머지 말리 전역은 3단계인 철수권고(적색) 경보가 내려져 있다.

말리 인구는 1451만여 명(2009년 기준)으로 국민의 90% 정도가 이슬람교도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59년 독립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 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집단들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며 세력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충돌하며 자주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는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확대하자 2013년 말리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등 말리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

허진석 jameshur@donga.com·조숭호 기자
#is#알라#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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