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때 아버지가 떠났다. 고등학교를 4곳이나 옮겨 다녔고 난독증 때문에 애를 먹었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 리버 피닉스는 23세 때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뒀다.
1998년 제니퍼 사임을 만났다. 이듬해 그녀는 딸아이를 임신했다. 불행히도 우리 아이는 여덟 달 만에 숨진 채 세상에 나왔다. 끝내 그녀와의 관계는 끝을 맺었다. 18개월 뒤 사임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난 아이를 가지는 것도, 진지한 관계도 피하게 됐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여동생은 백혈병을 앓았다. 나는 영화 ‘매트릭스’로 번 돈의 70%를 백혈병을 치료하는 병원에 기부했다. 난 대저택이 없는 할리우드 스타 중 한 명이다. 보디가드도 없고 값비싼 옷도 입지 않는다. 몸값이 1억 달러(약 1149억5000만 원)지만 난 여전히 지하철을 탄다.”
글 속의 ‘나’는 ‘매트릭스’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키아누 리브스(51)입니다. 마지막은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그래서 난 결국에는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극과 마주친 상황에서도 빛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고. 당신의 삶에 무슨 일이 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삶은 살아볼 만하다.”
22일 페이스북(사진)에 올라온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불과 하루 만에 140만 명을 넘었습니다. 공유는 40만 번에 육박했고 댓글은 약 6만8000개나 달렸지요. 한 아버지는 “병실에 앉아 글을 읽고 있다”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17세 아들 곁을 지키고 있는 그는 “아들에게 이 글을 크게 읽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적었습니다.
댓글에 대한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2007년 크리스마스에 암 선고를 받았다는 한 남성이 “삶은 진정 살아볼 만하다. 하루하루가 소중히 여겨야 할 선물이다”라고 올린 댓글에 달린 댓글도 1000개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몇몇 언론 매체는 “리브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글을 올려 잔잔한 감동을 줬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4일 글은 삭제됐습니다. 글이 올라왔던 ‘키아누 리브스 온라인(Keanu Reeves Online)’ 계정을 다시 들어가 봤지만 해당 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유해 놨던 글이 보이지 않는데 삭제한 것이냐”는 문의도 올라왔습니다. 25일에는 계정 이름 앞에 ‘비공식(Unofficial)’이라는 단어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누군가 남겨 놓은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다 ‘헛소리’라는 거네. 리브스가 아니었어.”
계정은 리브스의 팬 페이지였습니다. 운영자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페이지 정보에 “우리는 실제 키아누 리브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읽은 내용들을 인용할 뿐이다”라고 적어 놨기 때문입니다. 미처 그것까지 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리브스가 올린 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글의 내용은 사실일까요. 리브스의 삶은 진짜입니다. 아버지는 세 살 때 그를 버렸고 그는 난독증을 앓았으며 사랑하는 그의 연인은 딸을 사산했습니다. 연인마저 딸아이 곁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덧붙여진 말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난 대저택이 없는 할리우드 스타 중 한 명이다”부터 그 이후의 문장들은 원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몇 년 전 리브스가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채 노숙자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찍힌 모습은 어떨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액션영화 ‘존 윅 2’ 촬영 현장에서 정장을 잘 차려입은 리브스의 사진이 몇 장 떴습니다. 이번 주 미국 뉴욕에서 촬영된 사진들이었습니다.
“삶은 살아볼 만하다”는 말이 ‘헛소리’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해당 계정에는 “당신은 진정한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모든 비극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한 지금 리브스의 모습이 곧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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