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사혁신 행정명령 초안 마련
채용 간소화-경력개발 보장 골자… 보상과 함께 일-가정 균형도 배려
오바마 1년前 개혁 약속 지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수한 인력을 연방 정부의 고위직 관료로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과 인사를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행정명령을 조만간 발동할 예정이다. 한국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경직된 인사제도와 퇴직연금 삭감, 정년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은 ‘공무원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대통령이 직접 인재 경영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9일 초안을 입수해 보도한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내 7000명 이상인 고위공무원단(Senior Executive Service)에 대해 △고임금 제공 △채용 절차 간소화 △다양한 경력 개발 기회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정명령은 “꾸준한 임금 인상을 통해 고위직 공무원들이 하급자들보다 급여를 적게 받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선언한다. 채용 절차도 간소화해 유능한 후보자들은 지금처럼 여러 장의 자기소개서를 써내는 노력 없이 이력서 하나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연방정부나 주정부, 지방정부 등의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공무원 보직이 개인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시제도를 골간으로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학계나 기업 등에서 일하던 민간 전문 인력이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경력과 몸값을 올려 다시 민간 분야로 나가는 유연한 공무원 입출입 제도를 택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일이 주는 책임과 스트레스는 많지만 이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수 인력이 들어오지 않거나 일찍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워싱턴 힐턴호텔에서 고위직 공무원 300여 명을 만나 처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1년 만에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3년째 기본임금 인상률이 동결되고 정부 잠정폐쇄(셧다운) 및 참전용사 진료 소홀 등에 대한 의회의 비판으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연방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시리아에 있던 화학무기들을 외부로 반출하는 공을 세운 교통부의 케빈 토라스키 씨와 70세까지 여러 부처에서 근무하며 행정서비스 개혁을 주도했던 92세의 드와이트 잉크 씨 등을 실명으로 소개하면서 “미국을 일으켜 세운 서비스 정신이며 미국을 강하게 만든 헌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체적인 보상과 아울러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도록 배려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번 개혁안은 현대 경영학이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인력자원(HR) 인센티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WP는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개혁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한국에서는 우수 공무원들이 저임금에 연금 삭감, 지나치게 짧아진 정년, 과중한 업무 부담과 일과 가정의 불균형 등을 이유로 기회만 되면 민간 기업으로 떠나고 있는 현실에 비춰 교훈을 얻을 만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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