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1)는 ‘세상에서 가장 젊은 부자’로 불린다. 세계 10대 부자 중 30대는 7위인 그가 유일하다. 세상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온 저커버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2012년 5월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30)과 결혼했지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다. 챈은 3번이나 유산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새 생명의 선물’을 받은 저커버그 부부가 1일(현지 시간)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며 거의 전 재산을 내놨다. 시가 450억 달러(약 52조2000억 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 99%를 세상에 선물로 내놓은 것.
저커버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딸 ‘맥시마 챈 저커버그’의 출생을 알리면서 “우리 딸 맥스(맥시마의 애칭)에게”라는 A4용지 5장 분량(2200여 단어)의 긴 편지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보유 주식 99% 기부를 약속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A형 보통주 400만 주와 B형 보통주 4억1900만 주를 갖고 있다. 딸의 이름 맥시마(Maxima)는 ‘최대’라는 의미다.
저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네가 행복하고 건강해서 네 인생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도 네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자라가길 희망한다”고 썼다. 이어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나름의 역할을 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너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더 좋은 세상의 2대 조건으로 △인간의 잠재력 향상 △평등의 증진을 꼽았다. 이 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부인 이름을 딴 비영리단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이 기관에 자신의 보유 주식 99%를 기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 단체의 초기 사업은 개인화된 맞춤형 교육, 질병 치료, 사람들 연결하기, 강한 공동체 만들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의 편지는 딸에게 쓴 것이지만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는 “사람들은 종종 인터넷을 오락이나 의사소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일종의 생명선과 같다”며 인터넷 접근권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회에 대한 접근권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부색 때문에 대학 진학보다 감옥에 갈 것을 걱정하고, 법적 지위 문제 때문에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종교나 성적 정체성 때문에 폭력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면 사람들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회의 주요 이슈인 흑백 갈등, 이민, 성적 소수자 권리, 인터넷 자유 등에 대한 평소 소신을 피력한 셈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세부적인 기부 계획과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저커버그가 아닌 페이스북이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기부 계획이 회사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저커버그는 편지에서 “(주식을 기증하지만) 페이스북 CEO는 오래오래 할 것”이라고 밝힌 점으로 봐서 젊은 나이에 재산을 내놓고 은퇴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저커버그의 기부 결정에 대해 이미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명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저커버그의 멘토 역할을 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립자와 부인 멀린다 게이츠는 “편지에서 ‘지금 심은 씨앗이 자랄 것’이라는 말대로, 당신들(저커버그 부부)이 한 일이 앞으로 수십 년간 결실을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그렇게 젊은 나이에 자신의 부를 인류에 바치는 일은 이 세대의 모든 사람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딸에게 아름다운 편지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매우 큰 헌신”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