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동부 총기난사] 아이 맡기고 범행 저지른 부부, 도주하다가 사살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14시 32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나디노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4명을 사살해 총기난사범의 집에서 총알 3000발과 파이프폭탄 12개, 다량의 급조폭발물(IED) 재료가 발견됐다고 경찰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재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이드 파루크(28)의 집을 수색한 결과 엄청난 양의 탄약과 폭탄, 수백 점에 달하는 IED 제조 자재를 찾아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파루크와 그의 부인 타슈핀 말리크(27)이 도주하다가 사살당한 SUV 안에서도 총알1600여발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 시에서 2일(현지시간) 오전 11시경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곳은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 내 행사장으로 총격이 발생할 당시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이 대관해 송년행사를 하고 있었다.

샌버나디노는 LA에서 동쪽으로 60마일(95㎞) 떨어진 인구 21만4000여 명의 도시로, 한인 밀집지역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한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센터 직원인 브랜든 헌트는 괴한들이 100여명이 모여 연회 중이던 강당에 난입해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20여 명이 추적해 오자 총격전까지 벌였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타고 달아났던 용의자 2명은 경찰과의 총격전 과정에서 숨졌다. 숨진 용의자 중 1명은 여자다.

범인은 파키스탄계 시민권자인 사이드 파루크(28). 5년 전부터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건국에서 환경보건 전문가로 근무해왔다. 함께 사망한 여성 타슈핀 말리크(27)는 그의 부인이다.

파루크는 올봄 사우디아라비아로 한 달간 여행을 다녀왔으며 이때 온라인에서 만난 부인을 데려왔다고 동료들은 증언했다. 한 직장 동료는 “그에게서 광신도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테러와 관련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범행 당일 아침 자신의 아기를 가족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격자는 “사건 당일 파루크가 행사장에서 다른 참석자와 말싸움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가 30분 뒤 무장한 채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목격자는 “파루크가 행사 내내 조용히 있다가 단체사진을 찍기 전에 사라졌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남녀가 함께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00∼2013년 발생한 총격 사건 160건 중 2명 이상의 범인이 저지른 사건은 2건, 범인이 여성인 사건은 6건에 불과하다며 “남녀가 함께 가담한 총기 난사 사건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불화로 일어난 보복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보디치 미 연방수사국(FBI) 로스앤젤레스지국 부지국장은 “직장 내 폭력 사건일 가능성과 테러 사건일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테러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루크의 처남이라고 밝힌 파르한 칸은 이날 저녁 이슬람단체 주선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과 이슬람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신앙심이 깊은 무슬림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급진주의에 동조한 범행이었을 가능성도 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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