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파병 없는 선전포고… 美 커지는 회의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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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IS 파괴” 집무실서 對테러연설
지상군 투입땐 테러 악순환 우려… NYT “새로운 격퇴전략 못내놔”
CIA “공습만으론 한계” 보고서… 공화 대선주자들 “대통령 바꿔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파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강경하게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국민들을 우선 안심시키고 자칫 ‘테러 블랙홀’에 빠질 수 있는 미국 사회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알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IS 테러가 미 본토에까지 미칠 경우 지금까지 쌓은 업적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동했다. 하지만 지상군 파병에 대해선 “추가 파병은 없다”며 선을 긋는 등 강경 선언이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인들이 ‘IS라는 치유될 수 없는 암적(cancer) 존재에 직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파괴하겠다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 공습과 시리아, 이라크 내 반군 육성을 축으로 IS의 자금줄을 끊고 시리아 내전도 휴전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난해 9월 IS 공습 시작 후 계속 해 온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AP통신 등이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IS에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연설을 한 것이지 새로운 전략 전술을 소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사회에선 오바마 식 대테러 전략이 실효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CNN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53%에 달하는 등 파병 여론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전 철군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파병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정보국(CIA) 등 대테러 정보기관들도 최근 작성한 IS 관련 보고서에서 ‘공습에 의존하는 현 방식으로는 IS 격퇴가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고 온라인매체 데일리비스트가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국 주도의 공습으로 일부 지역에서 IS 세력을 축출했지만 IS는 다른 점령지를 확보하고 새 조직원들을 충원하고 있다’며 미국이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경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테러 전략 실효성 논란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로도 부상할 조짐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 연설 직후 공화당 주요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오늘 연설에서 말한 게) 전부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빨리 대통령을 바꾸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오늘 연설에서 밝힌 수준으로는 국민들의 공포를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육해공 모든 곳에서 IS와 맞서야 하지만 지상군 파병은 그리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라며 일단 오바마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회의론이 확산되자 백악관의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IS와 싸우기 위해 특수부대를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is#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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