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슬림 입국금지”…美 전역, 도넘은 이슬람 혐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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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의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 후 미국 내 ‘반(反) 이슬람’ 정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에도 미국 내 이슬람 사회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발생했지만, 이번 사건 후에는 무슬림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미 전역에 확산되는 형국이다.

반 이슬람 정서를 부추겨 온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7일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름을 부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IS와의 전쟁은 이슬람과 미국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반 이슬람 정서 확산 자제를 당부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의회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 통제해야 한다”며 “(무슬림의 미국인에 대한) 증오심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측은 입국 금지 대상으로 삼은 무슬림이 미국 시민권자와 군 복무 중인 사람을 제외한 모든 무슬림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성명이 나오자 미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부끄럽고 편견에 사로잡힌 분열적인 사고”라고 비난했다. 같은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미쳤다”고 일갈했고, 최근 무슬림 문제에 대해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내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날 성명으로 상징되는 ‘반 이슬람’ 정서는 오히려 백인 주류층 사이에선 더욱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6월 출마 선언 직후 ‘히스패닉 입국 통제’ 발언 후 백인 지지층이 결집했듯, 미국 내 이슬람 사회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갖고 있는 기득권층의 ‘이슬람 포비아(공포)’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트럼프가 이날 성명 발표 직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마운트 플레전트에서 가진 유세에서 “우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무슬림 입국 불허 방침을 다시 밝히자 지지자 수천 여명은 휘파람을 불며 기립 박수로 환호하기도 했다.

실제로 파리 테러 이후 미국에선 이슬람 경전인 꾸란 훼손, 이슬람 사원 재건 반대 등 이슬람 혐오 범죄가 잇따랐지만 트럼프, 크루즈 등 공화당의 강경 보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이슬람 혐오 범죄는 법으로 단죄하겠다”(4일 기자회견)고 밝혔는데도 이런 추세는 요지부동이다. 무슬림 이익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이브라힘 후퍼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미국 내 ‘반 이슬람’ 정서는 산발적으로 제기됐지만 이젠 사회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이 시대를 역주행해 193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장관은 이날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원’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한 세미나에서 “(IS 등의) 추가 테러 등에 대비해 현재의 2단계 경보시스템을 3단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도 위협(elevated)’과 ‘임박한 위협(imminent)’으로만 나누어져있는데 중간 단계를 추가해 테러 위협에 단계 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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