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든 무슬림 입국 금지해야” 美정치권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16시 53분


미국 내 반(反) 이슬람 정서를 부추겨 온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7일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IS와의 전쟁은 이슬람과 미국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반 이슬람 정서 확산 자제를 당부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의회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 통제해야 한다”며 “(무슬림에 대한) 증오심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입국 금지 대상 무슬림으로 ‘시민권자와 군 복무 중인 사람을 제외한 모든 무슬림’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부끄럽고 편견에 사로잡힌 분열적인 사고”라고 비난했다. 같은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미쳤다”고 일갈했고, 최근 무슬림 문제에 대해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내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발언은 오히려 백인 주류층 사이에선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이날 성명 발표 직후 유세에서 “우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무슬림 입국 불허 방침을 다시 밝히자 지지자 수천 여명은 휘파람을 불며 기립 박수로 환호하기도 했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장관은 이날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원’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IS 등의) 추가 테러 등에 대비해 현재의 2단계 경보시스템을 3단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도 위협(elevated)’과 ‘임박한 위협(imminent)’으로만 나누어져있는데 중간 단계를 추가해 테러 위협에 단계 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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