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총선에서 16년 만에 좌파 집권 여당이 완패했다. 6일 치른 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는 전체 167석 중 3분의 2가 넘는 113석을 차지했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유가 폭락으로 파탄 지경에 이르면서 좌파 참패를 불렀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12년 만에 우파 정권이 탄생한 데 이어 브라질에서는 좌파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하는 등 남미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는 끝났다는 소리가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1999∼2013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중 10배 이상 폭등했던 고유가 시절의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다 직격탄을 맞았다. 무상복지와 반(反)시장 정책을 펼친 결과 국내 제조업은 망해버렸고 국민은 연간 200%대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차베스의 그늘 아래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페론 포퓰리즘’이 70년간 지배한 아르헨티나에서 변화를 선택한 것도 과도한 복지의 끝이 경제 파탄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와 고실업, 30%의 물가상승률에 내년 0.7%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파 대선 후보인 기업가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당선됐다.
남미 포퓰리즘은 1%의 정치권력이 대중의 표를 얻기 위해 인기 영합 정책을 쏟아내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좌파 벨트의 몰락은 좌파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에 신물 난 국민의 심판을 의미한다. 몇 년째 나라 살림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뒷감당도 못 할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우리나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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