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트럼프, 미국 잘 몰라” 무슬림 긍정적 역할론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16시 06분


‘무슬림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에 맞서 ‘무슬림의 긍정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트럼프가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은 수많은 무슬림 덕분에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며 각계 각층에서 활약한 무슬림들을 소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무슬림은 미 건국 초기부터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다. 대영 제국에 맞서 식민지전쟁을 이끈 조지 워싱턴 장군의 측근인 군인 뱀페트 무하마드, 유서프 벤 알리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소장 존 핏케언을 사살한 피터 버크민스터도 무슬림이었다. 조지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에 오른 뒤에도 무슬림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았다. 1786년 신생국인 미국을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도 무슬림 국가인 모로코였다.

파즐라 칸
파즐라 칸
미국 도시설계의 아버지인 파즐라 칸(1929~1982)도 무슬림이었다. 가디언은 “칸이 없었다면 미국을 대표하는 상당수 초고층 빌딩은 물론 ‘트럼프 타워’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1929년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난 칸은 국비장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와 1967년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튜브(tube)’라는 신개념 건축시스템을 창안해 초고층건물에 혁신을 가져왔다. 1960년대~1970년대 지어진 대부분 고층건물은 건물내부에 철골을 설치하는 대신 외부에 기둥을 설치하는 그의 공법이 적용됐다. 존 행콕 센터, 시어스 타워, 윌리스 타워, 세계 무역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가디언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졌지만, 칸이 없었다면 애초에 건물이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후마 아베딘
후마 아베딘
정계에서 가장 성공한 무슬림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수양딸로 통하는 후마 아베딘(39)이 꼽혔다. 인도계 아버지와 파키스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던 1996년 힐러리 전 장관의 인턴으로 들어갔다. 이후 힐러리의 보좌관과 비서실장 등을 거쳐 선거 캠프에서 힐러리의 ‘문고리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과 결혼할 때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례를 섰다. 위너 전 의원이 성 추문에 휘말렸을 때 아베딘도 힐러리처럼 남편의 잘못을 감쌌다.

샤히드 칸
샤히드 칸
파키스탄 최고 부호인 샤히드 칸(65)은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16살에 미국에 건너와 접시닦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업체 플렉스N-게이트를 인수하한 뒤 성공가도를 달렸다. 미식축구 잭슨빌 재규어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구단주다.

이밖에 가디언은 신경외과 의사 아윱 오마야,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배우 아지즈 안사리 등을 대표적 무슬림으로 꼽으며 “이들 덕분에 미국은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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