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총격 테러범, 알카에다 연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16시 57분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미 당국은 사이드 파루크(28) 타슈핀 말리크(27) 테러범 부부가 이슬람국가(IS)가 공식 발족되기 이전부터 외부 테러 조직의 영향을 받아 급진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부가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형 자생 테러리스트라는 기존 관측을 넘어 IS보다 뿌리가 깊은 알카에다 등 기존 테러 조직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9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테러범 2명은 온라인 교제를 하기 전부터 극단화돼 있었음을 시사하는 자료들이 나왔다”며 “미국으로 이주하고 결혼하기 이전인 2013년 말부터 온라인상에서 지하드(성전)나 순교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FBI는 이들이 외국 테러조직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연계를 통해 영감을 받았는지, 그들을 지원, 후원하고 테러 장비를 제공한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 말은 IS가 국가를 선포한 2014년보다 앞선 시점이어서 이들이 외부 이슬람 테러조직에 영향을 받았다면 태동 단계의 IS이거나 9·11 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 등일 가능성이 크다.

테러범들의 행적에 대해서도 추가 사실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수사당국이 테러범들 집에서 훼손된 컴퓨터 파일을 복구해보니 고등학교 건물이 나왔다”며 “이 학교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들 집에서는 파이프 폭탄과 총알이 쏟아져 나와 이번 테러 외 또 다른 테러를 시도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익명의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남편 파루크가 이번 총격 테러에 사용된 자동소총 두 정을 구입해 준 이웃 엔리케 마르케스와 함께 2012년 테러를 모의했다가 FBI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 테러 모의 사건에 연루된 테러 혐의자 4명을 잡아들이자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FBI가 ‘부러진 깃발’이라고 이름 붙인 당시 사건 용의자 4명은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FBI는 파루크가 이번 총격 테러 2주일 전인 지난달 온라인 은행 계좌에서 2만8500달러(3363만 원)를 인출하는 등 수상한 금융 거래를 한 정황도 포착하고 추적중이다. 파루크 부부가 사전에 범행을 충분히 준비했다는 정황들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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