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참정권 허용 선거 개표… ‘이슬람 성지’ 메카 등서 속속 당선
투표한 여성들 감격의 해시태그…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이건 시작”
사우디아라비아 건국 이후 83년 만에 선거로 여성 의원들이 뽑혔다. 특히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로 ‘이슬람의 성지’로 불리는 메카 주에서 여성 의원 3명이 배출됐다. 12일 실시된 사우디 지방선거는 여성에게 처음으로 참정권이 부여돼 역사적인 선거로 평가된다.
BBC는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메카 주 북쪽 마드라카 선거구에서 여성인 살마 빈트 히잡 알오테이비가 지방의원으로 당선됐다고 13일 보도했다. 알오테이비 의원은 남성 후보 7명과 여성 후보 2명을 제쳤다.
메카 주의 지다에서도 루마 알술라이만과 라샤 히프딤 후보가 지방의원으로 당선됐다. 북부 알자우프 주에선 여성 후보인 하누프 빈트 무프레 알하지미가 당선됐다.
지방선거가 실시된 12일 전국의 여성 전용 투표소는 아침부터 여성들로 북적였다. 총 343개 선거구에 남성 후보 5938명, 여성 후보 978명이 등록했다.
주요 도시의 여성 전용 투표소에는 ‘아바야’(검은 망토의 이슬람권 전통 의상)를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세련된 여성이 많이 보였다. 투표소를 찾은 사우디 여성 교육·인권 운동가 하툰 알파시 씨는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며 “몇 명의 여성이 투표했는지, 여성 지방의원이 탄생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우디 여성들이 출마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투표를 한 사우디 여성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감격에 찬 글들을 올렸다. ‘#사우디여성투표(saudiwomenvote)’라는 해시태그로 “생애 처음으로 투표했다! 당신이 보기엔 우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나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내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는 느낌은 놀랍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남녀평등을 실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성 전용 투표소는 전국 1263개 투표소 중 424곳에 불과하며,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13만637명으로 전체 여성 유권자의 2%에 그친다. 남성 가족을 대동해야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여성은 운전을 할 수 없어 투표소로 가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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