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는 16일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쓰지 못하게 한 민법 750조에 대해 “가족이 하나의 성씨를 쓰는 것은 합리적이며 일본 사회에 정착돼 있다”고 합헌 판결을 내렸다. 최고재판소는 “정체성이 손상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옛 성을 통명(비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으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관 15명 중 10명이 합헌 의견을 밝혔다. 반면 여성 재판관 3명은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
현재 일본 민법은 결혼 후 부부 중 한 명의 성을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결혼한 여성의 96%가 남편의 성을 선택하고 있다. 1898년 시행된 메이지 민법에서 도입된 이 제도 때문에 결혼한 여성은 운전면허증, 여권, 신용카드 등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바꿔야 해 불편을 겪었다. 또한 정체성에도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3년 일본 정부에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때 미국과 유럽처럼 원하면 별도의 성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부부 별성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번에 최고재판소가 “부부 별성은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혀 법률 개정 논의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국민들 사이에 여러 논의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혼한 여성이 6개월 동안 재혼하지 못하게 한 민법 733조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최고재판소는 “재혼 금지 기간 가운데 100일을 초과하는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현재 일본 남성은 재혼 금지 기간이 없다. 한국 민법도 과거 비슷한 취지로 6개월 재혼 금지 조항을 뒀으나 2005년 삭제됐다.
해당 조항은 누가 아기 아버지인지를 둘러싼 다툼을 막기 위해 1898년 메이지 민법에서 도입됐으나 현재 유전자 감정으로 간단하게 친자 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국가의 불필요한 간섭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일본 법무부는 이혼 후 100일이 지난 여성의 재혼을 허용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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