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에 2조원 이상의 무기 판매를 결정하자 중국이 무기 판매 관련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나섰다. 미중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무기 판매 갈등’이 불난 곳에 기름을 뿌리는 형국이다.
미 국무부는 16일 18억3000만 달러(약 2조1594억원)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하고 의회에 통보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2011년 9월 59억 달러를 판매한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는 페리급 전함인 USS 게리호와 USS 테일러호 등 퇴역한 유도미사일 구축함 두 척, 레이시언과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57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2억6800만 달러 규모의 TOW 2B 대전차 미사일, 2억1700만 달러 규모의 스팅거 지대공 유도무기, 수륙 양용차 AAV7 등이다. 미 의회는 앞으로 30일간 행정부의 무기판매 계획을 검토하지만 AP통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최신형 F-16 전투기는 판매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6일 케이 리 중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정 부부장은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철회해야 하고 양측 간 군사적 관계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무기 판매와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어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매우 민감하고 심히 해롭다는 점을 미국이 심각하게 이해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계속 일관적이었기 때문에 대만의 국방 수요에 충실한다는 것 외에 우리가 따로 전할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마일스 캐긴스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6개 행정부를 거치면서 일관성 있게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 1979년 1월1일부터 수교하면서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해 4월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 왔다.
앞서 2010년 1월 미국이 대만에 6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을 당시 중국은 군사 교류를 10개월 간 중단했으며 2011년 8월 다시 무기 판매가 이뤄졌을 때는 반발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몇 차례 군사 교류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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