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커들이 2년 전 미국 뉴욕에서 불과 20마일(약 32㎞) 떨어진 댐의 조종 시스템에 침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댐은 전력망, 교통, 통신 등과 마찬가지로 파괴될 경우 도시에 엄청난 피해와 혼란을 안겨줄 수 있는 민감한 안보 시설이란 점에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WSJ은 미 안보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해커들이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불과 5마일 떨어진 보우맨 댐의 시스템에 침입해 조사를 벌인 정황을 공개했다. 해커들은 유사시 댐 시스템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침입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 안보당국은 이란 해커들이 보우맨 댐을 조사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뉴욕이 아닌 오리건 주의 보우먼댐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 미국에는 보우맨이란 이름이 들어간 댐이 32개나 된다. 오리건 주의 댐은 높이 75미터로, 파괴될 경우 하류 지역 9200명 미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높이가 6m에 불과한 뉴욕 보우맨 댐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보당국은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일단 댐 시스템에 해커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댐 조종 체계를 파악하면 큰 댐이든 작은 댐이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은 현재 5만7000개의 중요 산업 조정 시스템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각 시스템은 해커들에 의해 조종될 경우 미국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줄 수 있다.
이란 해커들의 공격은 미국이 2010년 이란 나탄즈 우라늄농축시설에 ‘스턱스넷(Stuxnet)’이란 악성코드를 심어 파괴한 데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당시 공격으로 이란의 원심분리기 5000여 기 중 1000여 기가 파괴됐으며 이란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 개발을 최대 5년 동안 지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또 이스라엘과 함께 2012년 5월 소리·화면·키보드 동작뿐 아니라 블루투스로 연결된 기기 활동과 데이터까지 탐지하는 프로그램 ‘플레임(Flame)’으로 대 이란 첩보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이란 해커들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은행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했다.
WSJ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9월30일까지 1년 동안 중요 산업 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은 295회로 전년의 245회에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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