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뽑은 ‘2015년 세계에 영감을 준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미얀마 수지 여사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장미”
英 팝스타 아델 “노래는 눈이 아니라 귀로 듣는 것”
FIFA 부패 척결 美법무 린치… 노벨상 수상 中 투유유도 선정

‘그녀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국 CNN방송은 2015년 전 세계적으로 영감을 불어넣은(inspirational) 올해의 여성들을 29일 발표했다. 남성 못지않은 뚝심과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각자의 영역에서 변화를 이뤄 내며 세상을 진일보시킨 여성들이다.

▽‘정의로운 투사’=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법무장관인 로레타 린치 장관(56)은 부패한 세계축구연맹(FIFA)의 ‘올드 보이’들을 척결한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가 진두지휘한 FIFA 비리 연루 수사는 “돌 밑에서 우글거리는 벌레가 무서워 아무도 만지지 않던 큰 돌멩이를 번쩍 들어 올려 치운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미국에서 늘고 있는 무슬림 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에는 조치를 취한다”고 강조해 약자를 위한 수호신 역할을 자처했다.

아프리카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내전 후 평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77)은 9월 에볼라 종식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대(對)국민 ‘고해성사’를 하는 용기를 보였다. 에볼라가 창궐하자 ‘두려움이 판단력을 지배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반세기가 넘게 지속된 군부 정권을 종식시키고 총선에서 압승해 미얀마 민주주의의 문을 연 아웅산 수지 민주주의민족동맹 대표(70)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헌법이 국정 운영에 큰 장벽은 아니라고 밝히며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운 존재’라는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인용해 화제를 모았다.

과테말라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 정권에 항거하는 평화적 시위를 조직해 대통령의 하야까지 몰고 온 평범한 부동산중개업자 출신의 루치아 멘디사발(53)도 세상을 바꾼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 웨이’로 정면 돌파=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아델(27)은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받는 젊은 여성들에게 “건강한 미는 내면으로부터 차오르는 자신감”이라고 설파했다. 후덕한 이미지를 언론에서 문제 삼을 때마다 “노래는 눈이 아니라 귀로 듣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남성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성 전환 수술 후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 트랜스젠더의 아이콘이 된 케이틀린 제너(전 브루스 제너·66)는 자신의 성(性)정체성을 재정립한 ‘여성’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해 ‘남성 스포츠’라는 공식을 깨고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인 미국 여자 국가대표 축구팀도 영감을 주는 여성 명단에 올랐다.

▽‘나이는 숫자일 뿐’ 식지 않는 열정=투유유(屠22) 중국중의과학원 종신연구원은 100만 명이 넘는 말라리아 환자를 구하는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로 85세의 나이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971년 이 성분을 성공적으로 추출하기까지 190번이나 실패해 ‘190번의 실패가 낳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82세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은 평생을 여성 인권과 소수자 보호를 위해 헌신한 법조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투쟁하되 타인의 공감을 얻고 그들이 따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여성#세계#영감#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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