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자원봉사자… 팔미라 지킴이… 배출가스 조작폭로 엔지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가디언 선정 ‘2015년의 인물’ 36명]
인간애 돋보인 평범한 인물 위주… 정치인등 유명인사 가급적 배제

주요 언론사들은 연말에 ‘올해의 인물’을 뽑는다. 대개 정치 경제 종교 분야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선정된다. 특히 올해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 주간지 타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프랑스 AFP가 각각 선정한 ‘올해의 인물’을 휩쓸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같은 관행이 계급이나 속물근성, 공치사와 같은 가장 나쁜 면만 강화시킬 수 있다면서 화려한 직함이나 명성을 배제한 올해의 인물 36명을 선정해 29일 발표했다.

‘가디언 명예의 메달’ 수상자 명단에 첫 번째로 올라간 인물은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밀려드는 유럽행 난민 어린이들을 맞이하러 해안으로 달려간 사람들, 프랑스 파리 테러 당시 부상하거나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을 피난처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파리지앵…. 신문은 아무런 보상 없이 순수한 인간애에 입각해 이런 도움을 제공한 사람들이 올해는 더욱 절실했다면서 경의를 표했다.

시리아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 유적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스터 팔미라’ 칼리드 알 아사드(82)도 이름을 올렸다. 고고학자인 그는 팔미라를 점령한 ‘이슬람국가(IS)’의 위협과 고문에도 팔미라 유물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물어 결국 참수당했다. 신문은 그의 고귀한 죽음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기렸다.

모두가 눈감던 문제를 이슈화시킨 평범한 인물들도 여러 명 꼽혔다. 스스로를 ‘미시간 출신 평범한 엔지니어’로 소개하는 존 저먼은 폴크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에 혼비백산한 폴크스바겐은 세계 소비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국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격하는 사진을 찍어 이 사건을 대중에게 알린 목격자 페이딘 산타나,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의 증인이 된 파에드라 알 마지드 전 카타르월드컵 유치위원회 미디어담당관도 올해의 인물에 포함됐다.

1월 초 파리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 테러 당시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한 무슬림 점원 라사나 바틸리(24)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무장한 IS 테러범이 가게에 들이닥치자 유대인 손님 15명가량을 테러범 몰래 지하로 대피시켜 추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유명 인사는 오히려 소수다. 유럽 난민 사태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메르켈 총리와 쿠바 및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유엔에서 여성 인권 연설로 격찬을 받은 영국 배우 에마 왓슨, 미국 애국법을 자유법으로 대체케 만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여기에 속한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보코하람 같은 테러단체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같은 유명 정치인의 막말을 매섭게 비판해 온 말랄라 유사프자이(18)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가디언#올해의인물#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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