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성지를 감히”… 印진출 中기업 ‘문화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中 베이치포톤모터 트럭공장 부지, 풍수지리 고집… 지역주민 반발
NYT “中, 현지문화 존중을” 충고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현지 문화를 막무가내로 무시해 현지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30일 “인도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하던 중국 기업이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역이어야 한다’며 풍수지리를 고집해 현지인과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트럭 생산 회사인 베이치포톤모터는 3년 전 인도로 진출하며 중국 풍수지리에 맞는 땅을 찾아 산업단지를 세울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 회사는 인도 서쪽 신데 지역에서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땅을 발견했다. 공장 부지가 될 250에이커(약 101만1700m²) 규모의 땅과 공급 회사가 입주하기 위한 부지 1250에이커(약 505만8570m²)를 사들였다.

회사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공장이 들어설 곳이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땅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 뒤의 밤찬드라 산은 인도 사람들이 2000년 넘게 신성시했던 곳이다. 산 절벽의 동굴들은 인도 사두(힌두교 수행자)들이 대대로 집처럼 쓰며 수련하던 장소였다. 힌두교에서는 17세기 인도의 존경받는 성인이 이곳의 가장 높은 동굴에서 공장 부지를 바라보며 명상하다가 신의 모습을 또렷이 봤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사두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자 중국 회사는 매입한 땅에 철조망을 세우고 경비 직원을 고용해 출입을 막았다. 하지만 동굴로 향하는 힌두교 순례자들과 목동들이 계속 철조망을 밟고 지나갔다. 카일라시 네마데 사두는 “오늘날 영성(靈性)과 과학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공장이 여기에 들어오면 안 된다. 밤찬드라 산의 영성을 망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양파 농사를 하며 버펄로를 길러온 칼루람 켄달레 씨는 “포톤과 주 정부가 내가 가진 땅을 팔라고 압박해 오지만 이 땅은 아름답고 비옥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중국 공장이 해외로 진출하며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포톤은 내년 초에 공장이 완공되길 바라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적어도 2017년까지는 트럭을 생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오징광 포톤 부사장은 “우리는 미신 때문에 이 지역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강이 있으면 풍수지리적으로 좋다는 것뿐”이라면서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수천 명이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인도는 한 해에 젊은 노동자 130만 명이 나와 미취업 사태가 만성화되고 있다”며 “외부로부터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포톤 측의 설명에도 주민들은 “중국 기업이 경제를 위해 필요하지만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고 본인들의 문화대로 공장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중국 회사가 이미 인도에 진출했던 서양 회사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국#인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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