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는 2015년 말엔 35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유가 급락으로 경제 위기에 빠진 석유수출국 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이라크 등 5개국이 국가가 무너질 위기에 빠졌다고 CNN이 지난해 12월 30일 보도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액으로 국가 재정의 60%를 충당해 왔다. 그중 상당수는 국민의 연금과 건강보험료는 물론이고 주택자금과 식료품비까지 지원해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실현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더 이상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물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율이 2015년 150%나 치솟은 데 이어 올해에는 200%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경제 파탄은 국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와 12월 7일 총선에서 17년 만에 우파 야권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가 승리했다. 2013년 숨진 우고 차베스를 계승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통합사회주의당(PSUV) 정권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원유 수입이 국가 수입의 7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는 유가 급락으로 2015년 1000억 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6년도 예산액을 전년보다 14%나 줄였지만 적자 규모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12월 29일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국내 휘발유 값을 최고 67%까지 전격 인상했다.
러시아는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한 원유수출액이 대폭 줄면서 2015년 GDP가 3.8%나 하락한 데 이어 2016년에도 추가적으로 0.6% 이상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4년도에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맞췄던 국가 예산을 2015년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긴축한 데 이어 2016년도에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더 허리띠를 졸라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서방국가의 경제제재까지 겹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달러에 70.5루블로 폭락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 역시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지방공무원들은 벌써 몇 달째 임금을 못 받았다. 국가 수입의 75%,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 급락 때문에 공무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라크는 올해 하루 원유생산량 410만 배럴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 중 사우디에 이어 2위의 생산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유가 급락에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겹치면서 심각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기름 값이 나라 살림을 쥐락펴락하는 국가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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