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살인의 나라 엘살바도르…‘갱단과의 전쟁’, 끝은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17시 51분


인구 600만 명인 나라에서 한해 6000명 이상이 살해됐다. 중남미 엘살바도르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4일 엘살바도르 정부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폭력행위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665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년보다 70%로 늘어난 수치로 1983년 내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 달 동안 900명 이상이 살해됐고, 가장 많이 피해가 발생한 날에는 하루 낮밤동안 무려 52명이 숨지기도 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04명이 살해돼 영국(10만 명당 1명)보다 무려 104배나 피살될 가능성도 높다. 다수의 희생자는 갱단과 정부 군경 사이에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치안이 열악한 나라로 악명이 높다. 1970년대 말부터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과 정부군 사이에 내전이 발생했다. 내전 과정에 민간에 총기가 다수 풀렸고, 불안한 정치와 경제상황을 틈타 갱단이 거침없는 폭력을 휘두르며 성장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12년 양대 갱단인 ‘바리오 18’, ‘마라 살바트루차’와 휴전을 선언해 그해 사망자가 전년에 비해 절반까지 줄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2014년부터 갱단을 본격적으로 다시 잡아들이기 시작하자 ‘전쟁’이 재개됐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 경찰력 2만3000명에 군인 6000명의 지원까지 보태 ‘갱단과의 전쟁’에 나섰다. 무장 순찰차를 타고 우범지대를 집집마다 순찰하며 갱단 조직원을 색출하고 검거했다. 이에 갱단은 지난해 8월 버스 운전기사 12명을 살해하거나 경찰관을 매복 공격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갱단은 세 확산에도 나서 대도시와 그 인근도시에 집중됐던 활동 반경이 지방 소도시로 확대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인 크리스토살 재단의 셀리아 메드라노 수석 기획자는 “치안 상황이 19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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