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경찰 ‘英배낭족 피살’ 수사 인권침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8일 03시 00분


범인으로 지목된 미얀마인 2명, 재판서 “고문당해 거짓 진술” 번복
12월 사형선고… 인권단체 항의

2014년 9월 태국 남부 휴양지 따오 섬 해변에서 20대 영국인 남녀가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배낭여행 중 만난 이들은 다이빙을 즐기려 이곳을 찾았지만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태국 경찰은 20대 미얀마 남성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이 범행을 시인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판 과정에서 미얀마 청년들은 고문을 당해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들은 “경찰이 손발로 때리고 ‘범행을 시인하지 않으면 바다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졌지만 태국 1심 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인권단체와 미얀마인들은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 4일에는 태국 경찰청 웹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초기화면에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등의 문구가 떴다고 영국 언론이 7일 전했다. 피고인 측은 항소하기로 했다. 태국에는 현재 사형수 450명이 복역하고 있지만 2009년 이후 실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태국 경찰이 초동 수사를 소홀히 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국의 한 감식전문가는 “범행 도구인 정원 손질용 곡괭이를 경찰이 허술하게 다뤄 DNA 증거가 훼손됐고 결국 법정 증거 능력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인 해변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목격자도 나오지 않아 진실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인권단체들은 ‘배낭족의 천국’인 태국이 관광산업 위축을 우려해 외국인 관광객 상대 범죄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지적해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태국경찰#영국배낭족#피살#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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