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 등) 모든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말썽을 일으킨다니, 그럴 일은 없다.”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은 탈옥 후 도주하면서 몰래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9일 구스만이 지난해 10월 28일 미 유명 영화배우 겸 감독인 숀 펜과 잡지 ‘롤링스톤즈’용 인터뷰를 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는 멕시코 산악지대 꼭대기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겸해 약 7시간동안 진행됐으며, 이후에도 전화 통화·e메일·영상 교환 방식으로 후속 인터뷰가 이뤄졌다. 인터뷰 전문은 9일 밤 ‘롤링스톤즈’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앞서 CNN은 “구스만이 이상한 허영심으로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고 전했다. 아렐리 고메스 멕시코 연방 검찰총장은 “구스만이 자신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구스만 등 조직원과 영화 관계자 사이의 통화를 추적해 검거작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진행 과정에선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숀 펜은 롤링스톤스에 기고한 인터뷰 기사에서 “구스만과 통화한 직후 휴대전화를 바로 폐기했으며, 익명의 이메일 주소를 여러 개 만들었다. 멕시코로 이동할 때는 조직원들의 비호 아래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적었다. 인터뷰 장소는 100여 명의 조직원이 둘러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는 멕시코 드라마에서 여성 마약왕을 연기했던 케이트 델 카스틸로의 소개로 성사됐다. NYT에 따르면 카스틸로가 트위터 계정에 구스만에 대한 호의적인 글을 올렸고, 이를 매개로 구스만 측 변호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숀 펜은 카스틸로의 주선으로 구스만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인터뷰 자리에는 카스틸로도 동석했다.
구스만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땅굴 탈옥’에 대한 뒷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당시 구스만이 채용한 기술자들은 성공적인 땅굴 공사를 위해 독일로 건너가 ‘특별 수업’을 받고 왔다. 구스만은 또 1993년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 “당시 나는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던 평범한 농부였다”고 주장했다. “말년을 어떻게 예상하는가”라는 숀 펜의 질문에 구스만은 “나도 언제가 죽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펜과의 인터뷰 덕분에 구스만의 은신처를 알아냈으나 당시 구스만이 여성 어린이 등과 머물고 있어 체포 작전에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멕시코 군·경은 이후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구스만은 간발의 차이로 수사당국을 따돌렸다.
1957년 시날로아 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구스만은 8살 때 학교를 중퇴했다. 고향 마을에서 오렌지, 탄산음료 등을 팔던 그는 15세 때 삼촌을 통해 과달라하라 카르텔에 합류, 마약 거래에 손을 댔다. 이후 거래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상대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하는거래 방식으로 조직 내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1989년 조직의 수장인 아렐라노 펠릭스가 체포된 뒤 시날로아 카르텔을 만들어 독립했다.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멕시코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출, 13년 간 잠적했다. 지난해 7월에는 땅굴을 통해 두 번째 탈옥에 성공했다. AP통신은 “구스만이 두 번이나 탈옥을 감행한 만큼 이번에는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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