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유력주자로 자리매김되면서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 반응
반 총장 측근, “공개된 자리에선 좋은 소리, 비공개 자리에선 쓴소리하는 스타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은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 반대하는 야당 측은 반 총장의 발언과 그것을 공개한 청와대를 싸잡아 비난했다. ‘대망(대권 도전)론’이 끊이지 않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었고 청와대는 그의 발언을 일종의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반 총장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일일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국경지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유엔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반 총장은 모든 당사자들이 화해는 증진하고 긴장은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독려한다”고 대답했다. 한국 정부의 조치가 남북 당국 간 합의를 북한이 먼저 위반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하더라도 긴장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한 유엔 관계자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선 지극히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이지만 위안부 사안과는 정반대로 이번엔 남한 내 보수 진영에서 ‘반 총장이 그럼 북한 편 드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올까봐 걱정 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신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면서 점점 ‘유엔 사무총장’보다 ‘유력 대권주자’로 인식되면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한국의 여야, 보수-진보 세력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반 총장을 잘 아는 유엔 소식통들은 “일부 좌파 성향의 매체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을 그 정도로 극찬하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도 보도하는데 그건 반 총장의 스타일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들”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직접 통화나 면담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한 극진한 칭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박 대통령에 대한 극찬도 새삼스럽지 않다는 얘기다.
일례로 반 총장은 지난해 5월 러시아의 70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 때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부 지지자들이었다. 당신(푸틴 대통령)이 이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진정으로 생각한다”고 칭찬을 건넸다. 이에 일부 언론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개입을 비판해온 반 총장이 푸틴을 극찬한 건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을 했다.
그러나 반 총장의 한 측근은 “반 총장은 공개된 자리에선 ‘듣기 좋은 얘기’를 하고, 비공개 자리에선 ‘쓴 소리’를 하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그랬기 때문에 비상시에 전 세계의 어떤 정상과도 곧바로 통화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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