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독일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극우 시위대 1700여 명이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위한 시민운동(PRO NRW)’ 등 극우단체 회원들이 맥주병과 폭죽을 던지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쾰른 시 도심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행의 범인 상당수가 난민이라는 점에서 ‘강간(rape)’과 ‘난민(refugee)’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Rapefugee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같은 장소에서 극우 시위대를 비난하는 시위도 열렸다. 독일 사회에 잠재된 갈등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맞불 집회에 나선 시위대 1300여 명은 페기다 시위대를 향해 “나치 아웃(Nazis out)”, “파시즘은 범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국 BBC는 지난해 난민 110만 명을 받아들인 메르켈 총리가 이제는 독일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 위기와 우크라이나 위기를 넘기며 ‘유럽의 여제(女帝)’로 군림해 온 그이지만 지금은 난민 위기라는 진짜 위기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여론에 떠밀린 메르켈 총리는 이날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 정책회의에 나와 범죄를 저지른 난민에 대해 추방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의 경우 범죄를 저질러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본국 송환 땐 난민의 안전에 위협이 없다고 판단돼야 모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 사실상 난민을 추방할 수 없게 하는 조항이나 마찬가지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도 “왜 외국인 범죄자를 위한 감옥에 독일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야 하느냐”며 범죄를 저지른 난민 추방 방침에 동의했다. 사민당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가슴만 뜨거울 뿐 전략이 없다”며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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