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대만 타이베이(臺北) 베이핑둥(北平東)로에 있는 차이잉원(蔡英文·여) 민진당 총통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크지 않은 선거사무실엔 1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이곳을 찾아온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책상 위에는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돼지저금통이 10여 개 놓여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선거 비용에 보태라며 직접 들고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6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이달 5일 마지막으로 발표된 총통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 후보는 여당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최대 34%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국민당 자체 조사에서도 주 후보가 8%포인트 뒤처졌다.
최초의 대만 여성 총통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차이 후보 진영엔 자신감이 넘쳐났다. 선거본부 사무실 한쪽 벽에 지지자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 메모 수천 장에는 ‘민의를 읽는 총통이 돼 달라’, ‘대만의 미래는 당신에게 달렸다’ 등의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후 5시경 찾아간 바더(八德)로 2단(段)의 국민당 선거대책본부에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60대 중반의 한 남성 자원봉사자는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13일 선거 취재를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떠날 때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에 승리한 2012년 선거 당시엔 대륙에 진출한 대만의 중소기업인 20만 명가량이 국민당을 찍기 위해 대거 귀국길에 오르면서 대만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하이난(海南)항공의 타이베이행 여객기에서 만난 린(林)모 씨(62)는 “과거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마 총통 집권 8년 동안 중국과 가까이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경제를 너무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경제’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다. 차이 후보는 지난 8년의 국민당 집권 기간에 대만 경제가 추락했으며 가장 큰 이유가 지나친 중국 의존도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차이 진영의 슬로건 ‘대만을 밝히라(點亮臺灣)’는 경제난의 암흑에서 벗어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마 총통은 2008년 첫 당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즉 양안 협력을 통한 길을 제시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6%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듬해부터 급전직하해 2014년 3.7%, 지난해에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일자리 감소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임금으로 젊은층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국민당의 주 후보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가 불안해지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그의 슬로건은 ‘하나의 대만’이다. 이에 차이 후보는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맞섰다.
총통 선거와 함께 열리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처음으로 다수당을 차지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40석인 민진당은 113석 중 57석을 차지해 첫 과반을 이룬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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