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혁명 이끈 대만 2030… 양안 관계 흔들 새 변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대만 딸기세대의 복수.’

야당인 민진당의 승리로 끝난 16일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 결과에 대해 ‘딸기세대’로 불리는 대만 젊은이들이 야당을 지지해 압승을 이끌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분석했다.

딸기세대는 1981년 이후 태어난 대만의 20, 30대를 가리킨다. 딸기처럼 겉은 신선해 보이고 예쁘지만 힘든 일을 잘 견디지 못하고 살짝만 건드려도 물러진다는 부정적인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이들은 사회에 별 관심이 없고 자기만족만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민당의 친중 노선이냐, 민진당의 독자 노선이냐’를 결정짓는 선거에서 딸기세대는 향후 경제에 대한 두려움,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적극 표출하며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실제 여론조사를 보면 딸기세대의 영향력은 두드러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온라인 조사 결과 청년층 134만 명이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17)를 둘러싼 사건의 영향을 받아 투표 참여를 결정했거나 표심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대만인인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 사과한 것으로 대만과 중국에서 큰 파문이 일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자가 얻은 689만 표 중 무려 19.5%가 ‘쯔위 사건’에 분노한 딸기세대의 몰표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회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던 딸기세대는 2014년 3월 이른바 ‘해바라기 운동’으로 저항 정신을 표출했다.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이들은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장식을 가슴에 붙이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입법원(국회)이 시위대에 점거됐다.

딸기세대는 또 국민당 정부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소상공인들을 희생시키면서 중국과의 이해관계를 가진 거대 기업에 영합했다고 비난한다. 신입사원 초봉이 20년 동안 오르지 않은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뛴 것도 분노를 자극했다.

해바라기 운동의 주역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113석 중 5석을 차지하며 단숨에 제3당으로 도약했다. 대만 최고의 록밴드 ‘소닉(Chthonic)’의 메인 보컬 린창쭤(林昶佐·40) 씨도 시대역량 소속으로 타이베이(臺北)의 한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린 씨는 득표율 49.5%라는 높은 지지율로 국민당 린위팡(林郁方·5선) 의원 등 6명의 후보를 물리쳤다. 2010∼2014년에는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장을 맡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WSJ는 차이 당선자가 딸기세대의 분노에 힘입어 권력을 거머쥐었으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양안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에 배타적인 지지 세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권 정당으로 발돋움한 시대역량은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어렵게 하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황궈창(黃國昌) 시대역량 대표는 “해바라기 운동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 시민의 미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대만#딸기세대#쯔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