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 경제 성장률, 올해 대비 오르겠지만 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16시 06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보여준다.

IMF가 19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 내년에는 6.0%로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올해 3.4% 성장에서 내년 3.6%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방향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올해는 6.2%, 내년에는 5.8%로 ‘바오류(保六·6% 성장률 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6.9%로 2014년의 7.3%에 비해 떨어지고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당면한 주요 리스크로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과 함께 중국의 경제구조 개혁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안감을 지목했다.

중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같은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경제에서도 슈퍼 파워가 된 중국의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며 “중국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들은 다른 국가들에 의해 공유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세계 경제에 파급될 것임을 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공급측 개혁’을 추진하면서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아닌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에게서 더 많은 영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9일 시 주석이 둔화되는 중국 경제성장에 자극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전 총리의 ‘공급 위주 경제정책’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급격하게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철강과 석탄, 조선 등 중공업 대신 소비재 및 서비스 분야의 산업을 육성해 중국 경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의 정책처럼 세금을 감면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내수 진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이제까지 중국은 자국민들이 원하는 상품들을 만들어내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중산층들은 한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나가서 화장품이나 비데 등을 사오고 성형수술을 한다. 중국 국가여유국(CNT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모두 1조1000억 위안(약 198조 원)으로 중국 GDP의 1.6%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면 엄청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려는 공급 위주의 개혁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대처 전 총리의 정책과는 핵심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은 내리지만 민영화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민간 및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나 주요 기간산업은 여전히 국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르다. 교통과 통신, 전기 분야 등에서 대대적인 민영화를 취했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의 방식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의 앤드류 폴크는 “중국이 공급 위주의 경제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똑같은 오래된 가방에 이름만 새로 붙이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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