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국인투자 환영” 공항엔 피켓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03시 00분


[경제 제재 풀린 이란 현장을 가다]

테헤란=전승훈 특파원
테헤란=전승훈 특파원
“이란 경제의 미래는 결국 유가가 결정하는 게 아닐까요.”

21일 오전(현지 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이맘호메이니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막 내린 압둘 씨(40)는 기자가 미국의 제재가 풀린 후 이란이 어떻게 될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환영 피켓을 들고 외국인투자가들을 기다리는 이란인들이 수십 명이나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7월 서방국가들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테헤란을 찾는 글로벌 기업인들이 부쩍 늘었다. 기자가 탑승한 카타르 도하발 이란행 항공기도 거의 만석이었다. 옆 좌석에 앉았던 네덜란드 사업가 라울 폰 아키첸 씨(47)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만 1000억 달러”라며 “이란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게 되면 인구 8000만 명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테헤란의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공항의 출구 앞에는 외국에서 온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을 픽업하러 나온 사람들이 100명 넘게 몰려 있었다. 택시 운전사 알리 레자 씨(58)는 “지난해 핵협상이 타결된 후부터 테헤란 공항에 내리는 비행기가 늘 만석이다”며 “외국인이 이렇게 찾아오는 걸 보면 이번엔 진짜 변화가 생길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항 앞에 늘어선 노란색 낡은 택시를 골라 탔다. 택시 운전사 알리 씨(37)는 “자동차를 수입할 수 없어서 테헤란에서 운행되는 400만 대 차량 중 절반이 차령 20년을 넘긴 고물차”라며 “경제 제재가 풀려 앞으로는 신형차가 거리를 뒤덮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엔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와 비슷한 차량이 자주 보였다. 기아자동차는 이란에서 프라이드 조립공장을 운영하다 2005년 현지 기업에 시설을 넘기고 철수했다. 이후 현지 이란기업이 프라이드를 ‘사바’라는 모델명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란 자동차의 40%가 사바다.

인구 8000만 명의 이란은 소비품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연간 240억 달러 이상의 원료, 완제품 등을 수입해야 한다. 37년 만에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현지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런 기대감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테헤란#경제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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