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좌파 총리에 우파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언론인 출신 소자, 대통령 당선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좌파 연립정부를 선택한 포르투갈 국민들이 2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도 우파 성향인 무소속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후보(67·사진)를 뽑았다.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에서 소자 후보는 절반을 넘은 52%를 득표해 2위인 안토니우 삼파이우 다 노보아 후보(22%)를 큰 표차로 제치고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외신들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반(反)긴축 정책을 앞세운 좌파연합이 정권을 차지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780억 유로(약 103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뒤 고강도 긴축정책을 폈다. 실업률이 11%로 치솟자 지난해 총선에서 중도 우파인 집권 사회민주당(SPD)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38.6%를 득표하는 데 그쳐 정부를 장악하지 못했다. 중도 좌파 사회당이 급진 좌파 ‘좌익블록’ 및 ‘공산당’ ‘녹색당’ 등과 연합해 좌파 정부가 출범했다.

실권을 갖게 된 사회당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54)는 SPD 정부의 긴축정책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공언했다.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SPD의 창당에 간여하고 당 대표도 지낸 소자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우파 정당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당파싸움을 넘어선 통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며 정파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좌파 정부의 ‘좌향좌’ 정책을 우려한 국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소자 후보의 당선에 따라 포르투갈 정치는 중도 우파 출신의 대통령과 중도 좌파 출신의 총리가 동거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포르투갈은 대통령제가 가미된 의원내각제 공화국이다. 대통령은 형식적인 국가원수로서 법률거부권만 가질 뿐 정책집행권은 없다. 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 실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긴축정책을 둘러싼 좌우 갈등이 심해질 경우 소자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소자 당선인은 언론인 출신으로 대중 정치에 성공한 케이스다. 20대에 ‘이스프레수’라는 주간지를 창간했으며 2000년대 이후 정치평론가로 활약할 때는 여야 정치인을 0∼20점으로 평가해 주목을 받았다. 리스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지자들은 그를 ‘마루셀루 교수님’이라 부른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책을 2권씩 읽고, 잠은 4∼5시간 정도 잔다”며 자신의 열정적인 삶을 소개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포르투갈#대통령#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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