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당선 후 논공행상성 ‘천도론’ 계속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17시 01분


대만 중남부에 정치적 기반을 둔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지난 16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뒤 중남부 지방으로 수도를 옮기자는 ‘천도론(遷都論)’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이 26일 보도했다.

민진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인 가오슝(高雄)의 천쥐(陳菊) 시장은 최근 중앙 부처와 국영기업의 본사를 타이베이(臺北)에서 가오슝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석유 철강 화학 등 오염배출 공장은 가오슝에 두고, 본사가 있는 타이베이에 세금을 내고 있다며 이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타이중(臺中)의 린자룽(林佳龍) 시장은 타이베이의 수도 기능 압력을 분산하자며 입법원(국회 격)의 타이중 이전을 제안했다. 공론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타이중의 고속철 ‘우르(烏日)역’ 부근의 땅을 입법원 부지로 제시했다. 타이난(臺南)의 레이칭더(賴淸德) 시장은 “총통부를 타이난으로 옮겨 정치 중심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런민일보는 이같은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해 선거 후 ‘논공행상’ 성격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차이 주석이 이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도 없다고 전했다. 타이난은 이번 선거에서 최고의 득표율을 올린 도시이고, 타이중과 주변 도시는 대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 집권세력인 국민당 정부가 ‘중북경남(重北輕南 북쪽을 중시하고 남쪽을 경시)’한 것을 민진당이 줄곧 비판해왔다는 정치적 명분도 있다.

민진당 측은 “지역 균형 발전은 차기 정부에서도 중점을 두는 사안”이라고만 말할 뿐 천도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만에서는 과거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인 2005년 리슈롄(呂秀蓮) 부총통이 ‘천도’ 혹은 ‘두 개 수도(雙國都)’론을 제기되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