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실험 뒤 뻔한 연쇄 반응
미국, 이란핵 협상 자신감으로 핵문제에 구태의연하게 접근
중국 대응도 종전의 “정치쇼”… 서방의 군축은 북한에 無用
김정은 체제, 오래갈 듯… 이를 끝낼 유일한 방법은 통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또 하나의 연쇄 반응을 불렀다.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오래고도 뻔한 대북 반응 말이다.
매번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런 반응을 내놓는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핵실험 후 몇 주가 지나도 워싱턴은 여전히 북한에 “비핵화와 경제발전 중 하나를 택하라”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는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데 동참하거나 주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미 국무부에서 대북 문제의 실무를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란과의 핵협상을 거론하며 “미국은 북한에 계속 손을 뻗는데, 평양은 오히려 주먹을 꽉 쥐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란 핵협상을 자기네들의 핵 이슈를 풀어갈 모델로 여긴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선 북한은 이란처럼 핵협상을 한다고 해서 동결된 수억 달러의 자산을 돌려받거나, 세계에서 투자를 받을 수도 없다. 핵개발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거나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시설을 폐쇄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란은 핵시설을 줄이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 등과 매우 구체적이고 방대한 양의 이행 계획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1994년 제네바에서 이룬 핵 관련 합의는 불과 몇 페이지도 되지 않았다. 이행 단계에서 몇 가지만 삐걱대도 합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었음을 뜻한다. 김정은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북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자세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나 생각을 가졌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성공시켰다는 자신감을 근거로 이번에도 이전과 엇비슷한 대북 접근법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은 베이징에 “중국만이 할 수 있는 대북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불행하게도 중국은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제재의 핵심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원유 등 에너지원과 자금 유입을 동결하라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얼마 전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대북 제재가 평양보다는 베이징에 더 위협이 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 관리들은 란코프 교수의 지적에서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
물론 중국도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도발에 불만이 많다. 이런 도발은 중국에도 부담이 된다. 그러나 중국이 보이는 불만은 실제로 그런 불만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정치 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핵실험 후 ‘정의로운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중국이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정치적 계산에 근거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김씨 왕조를 와해시키기보다는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니 아무리 중국에 대북 제재에 나서 달라고 호소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다. 이쯤 되면 김정은은 철부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차갑고 정치적 계산에 능한 독재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미국이 주도하는 군축이란 개념은 서방이 만들어낸 것이다. 북한에는 울림이 없는 이야기다. 김정은에게는 오로지 체제 유지와 이를 위한 기만전술, 그리고 끊임없는 핵개발만이 있을 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할 수도 없고 북한 인민들은 국제사회와 멀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김정은 체제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정권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반도 통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지적했듯이 통일만이 동북아 지역에 지속적인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후 다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논의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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