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아베노믹스 살리기 극약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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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銀, 기준금리 ―0.1% 채택
자금예치한 민간銀에 수수료 부과… 엔화가치 떨어뜨려 경기부양 의지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 우려

일본은행(BOJ)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중국발 성장률 쇼크에 유가 폭락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시중에 자금을 풀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일본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29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로 채택했다. 지금까지는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민간은행 예금에 대해 연 0.1%의 이자를 줬지만 앞으로는 이자를 주기는커녕 되레 0.1%를 수수료로 받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일본은행은 또 ‘물가상승률 2%’라는 목표 달성 시기를 종전보다 6개월 뒤인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전반’으로 미뤘다.

구로다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에 대해 일본 언론은 ‘극약 처방’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발족 이래 유지해온 엔화 약세와 높은 주가를 지킴으로써 보다 확실하게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맡기는 대신 기업에 대한 융자를 늘리거나 유가증권 매입에 활용할 수 있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 일본 통화 가치는 하락하고 이는 바로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두드러지던 엔화 상승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가계나 기업이 민간은행에 맡기는 예금 금리에도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선 결국 금리가 내려간다고 판단해 엔화의 가치 절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1∼0.2% 수준이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며 2%의 물가 상승을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 불안 등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렇잖아도 불안하던 아베노믹스는 28일 ‘사령탑’으로 불리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 퇴진으로 한 차례 더 흔들렸다. 결국 일본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양날의 칼’이라고 일본 언론은 지적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리 인하로 은행 수익이 악화되면 중소기업 융자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의 경우도 반드시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예금금리를 ―0.1%로 내린 뒤 같은 해 9월 ―0.2%로, 지난해 12월에는 ―0.3%로 낮췄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앞으로 경기를 부양할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구로다 총재가 비장의 카드를 너무 빨리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날 시장은 확실한 반응을 보였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120엔대로 떨어졌고,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종합주가는 2.8% 급등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로다 총재는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경제에는 불똥이 튈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일본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면 엔화 가치가 떨어져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보다 소폭 강세로 돌아섰던 엔화가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으로 장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로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장윤정 기자
#일본#금리#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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