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스페인, 2015년 3%대 성장… 유럽 빅5중 유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정규직 보호 깨고 노동시장 유연화… 해외 투자 늘며 일자리↑ 실업률↓
“새정부 구성 난항, 정국불안이 변수”

강력한 노동개혁에 힘입어 경쟁력을 회복한 스페인이 지난해 3.2%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유럽 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NIE)는 지난달 29일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경제 규모 ‘빅5’ 국가 중 유일하게 3%대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한 스페인은 2014년 1.4% 성장으로 반전한 이후 10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성장은 민간소비 확대, 산업투자 증가, 관광산업 활황에 힘입은 것이다.

스페인은 중도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2011년 집권한 이후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깨고 유연성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개혁을 펼쳤다.

2012년에는 기업이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나타낼 때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21.3유로(약 2만7903원)로 유로존 19개국 평균 29.2유로의 73%에 그쳤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내놓은 ‘유럽 경제예측 보고서’는 “스페인의 노동시장 개혁이 노동비용을 크게 줄였고 유로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이 유연해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왔다. 포드 르노 닛산 세아트 오펠 등 5개 자동차 회사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페인에 투자한 금액은 총 42억 유로(약 5조502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신규 일자리가 52만5100개나 늘어나면서 실업자 수는 전년보다 68만 명이 감소했다. 2013년 초 614만 명이던 실업자 수는 지난해 말 480만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실업률은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인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우파 국민당이 다수를 확보하지 못해 정국이 불안하다. 한 달이 넘도록 여당도, 야당도 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상황이다. 라지 바디아니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스페인의 정치 불안이 길어지거나 좌파가 집권해 노동법을 다시 예전으로 돌린다면 경제회복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경제가 잘나가는 반면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경제 상황은 좀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1.1%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10.6%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359만 명으로 전년보다 2.6%(약 9만 명) 증가했다. ‘유로뉴스’는 “프랑스 경제가 기어가는 반면 스페인 경제는 날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노동개혁#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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