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구축함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시사(西沙) 군도의 섬 영해를 항해하자 중국이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 군함의 남중국해 순시는 지난해 10월 ‘항행의 자유’ 작전 이후 두 번째로 이 지역에서의 미중 갈등이 연초부터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달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베이징 회동 때에도 이 문제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지난달 30일 8900t급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커티스윌버함이 이날 시사 군도의 중젠다오(中建島·트리턴 섬)의 12해리 이내를 항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7일에는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이 난사(南沙) 군도의 인공섬 수비 환초와 미스치프 환초의 12해리 이내를 통과했다.
커티스윌버함은 중국 대만 필리핀 등 영유권 주장 국가에 사전 통보 없이 전격 진입해 3시간가량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대변인 제프 데이비스 해군 대령은 “이 작전은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려는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세 국가의 시도에 대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엔 미국이 인공섬의 영토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군함을 항해시켰다. 이번에는 어느 나라 섬이든 국제해양법상 보장된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1974년 전쟁에서 베트남으로부터 빼앗은 시사 군도의 섬 영해에 미 군함이 허락도 없이 진입했다는 점에서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그 어떤 도발 행위에도 중국 군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필요한 조치’란 군사적 대응까지도 취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국방부도 성명에서 “미국 해군 구축함 커티스윌버가 중국 법률을 위반해 멋대로 우리 시사 군도의 영해에 진입했다”며 “섬의 방위 부대와 해군 군함, 군용기가 즉각 대응 행동에 나서 식별 조사와 경고, 구축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는 역사적으로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주변국이 영토 갈등을 벌여왔다. 하지만 중국이 2014년 후반기 이후 최소 7개의 인공섬을 매립한 뒤 영토 주권을 주장하고 활주로 등 군사시설을 건설한 것에 미국이 반발하면서 미중 간 갈등으로 번졌다. 미국은 올해 분기당 한 차례 남중국해의 인공섬 주변 해역에서 ‘자유 항해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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