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의 ‘끔찍한 밤’… 발목 잡힌 힐러리-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2016 美대선 아이오와 이변]민주-공화 1등 주자들 ‘비상’

선두를 달려온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1일 ‘아이오와의 밤’은 칙칙하기만 했다. 폭스뉴스는 “(두 후보에겐) 끔찍한 밤이었다”고 보도했다. 공들여 만들어온 대세론이 탄력을 받기는커녕 큰 타격을 입은 참담한 날이었다.

클린턴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표가 95% 진행됐을 때 “믿을 수 없는 밤이다.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의 득표율은 49.9%,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49.5%였다. 8년 전 아이오와에서 ‘실망스러운 3위’를 했던 것에 비하면 나은 성적이지만 정치적인 무게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1등’이다. 클린턴도 그런 점을 의식해선지 승리 선언을 하지 않고 “미국을 위한 최고의 길이 무엇인지 샌더스 상원의원과 계속 논쟁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 공화당과 그 후보들에 맞서서 우리 아들딸들과 손자 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계속 싸워 나가겠다. 나와 함께 가자”고 했다.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향한 클린턴의 여정이 8년 전보다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벽에 막혔던 그에게 이번엔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민주사회주의자(샌더스)의 도전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정치의 최대 아웃사이더는 (남성이 아닌) 여성인 바로 나’라는 클린턴의 호소가 진보 성향의 여성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못 얻었다”고 진단했다.

20, 30대 젊은 여성이나 진보색이 짙은 중장년 여성들 중심으로 “힐러리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 그 또한 성차별 아니냐”는 논리가 팽배하다. 클린턴은 2008년 경선에서도 기대한 만큼 여성 표를 얻지 못했다. 그것이 뼈아픈 패배의 요인이었다. 당시 18∼29세 젊은 백인 여성층에선 오바마 대통령에게 12%포인트(42% 대 54%), 흑인 여성층에선 무려 67%포인트(14% 대 81%)나 뒤졌다. NYT는 “개인 e메일 스캔들 등이 명료하게 해명되지 않으면서 ‘힐러리가 정직하지 못하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클린턴이 경쟁자의 선전으로 고전한 반면 트럼프의 2위 추락은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의 자책골에 가깝다. 트럼프는 2등으로 떨어진 뒤에도 “지난해 6월 출마 선언을 했을 때 ‘트럼프는 아이오와까지 가지도 못할 것’이란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며 큰소리를 쳤다. 전날 유세에서도 “아이오와 1등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는 공화당 후보가 되고, 결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와에서 1등을 못하면 화가 많이 날 것 같다. 그러나 딱 하루만 화내겠다. (1등을 못해도) 아이오와를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트럼프가 폭스뉴스 주최 마지막 TV 토론에 불참한 것이 패착이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존재감이 분명히 드러나면서 트럼프의 표를 깎아먹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나친 자신감으로 TV 토론을 거부한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는 것이다. 루비오 의원은 23.1%를 얻었는데 그동안 평균 지지율(15%)보다 8%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미 언론들은 “아이오와의 최대 승자는 루비오 상원의원”이라고 평가했다. 24.3%를 얻은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역전당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루비오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이번에 받았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대선#힐러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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