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첫 대결 ‘2등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아이오와 경선서 비주류 이변… 민주 샌더스, 힐러리에 5표차 접전
공화 크루즈 27.7%>트럼프 24.3%

‘2등’의 반란이 시작됐다. 예상치 못한 비주류의 선전으로 미국 대통령선거가 흥미진진해졌다.

직전까지 여론조사 1등이었던 힐러리 클린턴(69)은 노장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75)에게 발목을 잡혔다. 미국을 뒤집자는 ‘정치 혁명’이 샌더스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막말과 독설로 선거 판을 흔들던 도널드 트럼프(70)는 캐나다 출생의 쿠바계 초선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46)에게 1등을 내줬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워싱턴의 비주류들이 주류의 질주를 꺾은 셈이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 주 1681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공화당 크루즈 상원의원은 득표율 27.7%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트럼프는 24.3%, 쿠바계인 초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23.1%로 뒤를 이었다.

민주당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700표(49.9%)를 얻어 695표(49.5%)의 샌더스 상원의원을 겨우 다섯 표 차로 앞서는 수모를 당했다. 보잘것없었던 샌더스의 정치적 무게를 감안하면 클린턴으로서는 당황스럽고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다.

워싱턴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비주류 샌더스와 크루즈의 선전(善戰)은 미국 사회의 기득권을 믿지 못하는 ‘성난 미국인(Angry American)’들이 일으킨 이변이다. 두 후보는 양 진영의 풀뿌리 조직인 ‘무브온’(민주)과 ‘티파티’(공화)의 지지를 바탕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인구 63만 명인 동북부 시골 버몬트 주 상원의원으로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20년간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낸 핵심 주류 클린턴에 대해 “정치를 바꿀 의지와 열정이 없다”고 비판해 왔다.

대선 경선 주자로서 성공 신화가 없는 크루즈는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해 기득권층인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보기 좋게 꺾어 놨다. 트럼프의 막말에 대한 반감과 피로감, 3위 주자 루비오의 상승세도 크루즈에겐 득이 됐다.

샌더스는 “우리의 정치혁명은 이제 시작”이라고 단언했다. 크루즈는 “이제야 미국을 제대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포효했다.

이제 미 대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전에 빠져들었다. 두 당 모두 절대 우위의 1위 주자가 사라졌다. 9일 열리는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도 뚜껑을 열어보면 예측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흥행의 막은 이제 올랐다.

디모인=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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