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증’ 7살·18개월 인도 남매 “애들이 원숭이라고 놀려”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2월 3일 17시 11분


쪼글쪼글 주름 가득한 몸, 늘어진 눈꺼풀… 인도 자르칸드 주(州) 란치 시(市)에 사는 안잘리 쿠마리는 노인의 몸에 갇힌 일곱 살 소녀다. 안잘리의 남동생 크샤브 쿠마르도 마찬가지다. 케샤브는 이제 겨우 18개월 된 아기다.

선천성 조로증(早老症)으로 고생하는 인도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이 2일(현지시간) 인도 커버아시아프레스와 영국 데일리메일에 소개됐다.

조로증은 어린아이들에게 조기 노화현상이 나타나는 치명적이고 희소한 유전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250명의 아이들이 조로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은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관절염, 골격 손상 등으로 고통받다가 평균 13세 정도에 사망한다. 노화를 막을 수 없듯 조로증 치료약도 아직은 없다.

안잘리와 쿠마리는 조로증 외에도 피부가 축축 늘어지는 피부이완증까지 앓고 있다. 이미 노인성 관절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안잘리는 최근에는 눈까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남매에게 꽂힌다. 학교에 다니는 안잘리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노파’, ‘원숭이’, 힌두교 원숭이 신 ‘후나만’이라고 놀림을 받곤 한다.

일곱 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시련이다.

안잘리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안다. 눈두덩이도 부었고, 밤에는 잘 안 보여서 팔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애들이 놀릴 때는 끔찍하다. 가끔은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진다”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아버지 사트루간 라자크(40)와 어머니 린키 데비(35), 언니 실피(11)는 다행히 건강하다.

평소 동생들을 잘 돌보는 속 깊은 실피는 “동생들이 왜 다른지 알고 싶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애들이 왜 저러냐고 묻는다”며 눈물을 보였다. 소녀는 “누가 동생들을 놀리면 저도 상처받는다”라며 “누가 동생들을 도와준다면 평생을 감사하며 살겠다. 그런 친절한 사람이 꼭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남매가 조금이라도 치료받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인도 의술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유일한 희망은 외국에서 치료받는 것. 그러나 그러기엔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아버지 사트루간 씨는 세탁소에서 일하며 한달에 4500루피(한화로 약 8만원)를 번다.

남매를 진찰한 인도 의사 카일라시 프라사드 씨는 “조로증과 피부이완증이 함께 발생하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보이나, 면역력이 매우 낮은 상태”라며 “노인 증상은 이미 시작됐다. 심장마비, 흉부 전염, 관절염 등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트루칸 씨는 “아이에겐 언젠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라며 “누군가 나에게 답을 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슬프다. 기적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안잘리는 커버아시아프레스에 희망을 얘기했다. “만약 제 얼굴이 나아진다면, 사람들이 더는 놀리지 않겠죠? 영원히 행복할 거예요.”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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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유투브| 커버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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