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상공서 구멍 뚫린 여객기, “알샤바브 소행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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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4일 15시 28분


출처=하룬 마루프 ‘미국의 소리(VOA)’ 기자 트위터
출처=하룬 마루프 ‘미국의 소리(VOA)’ 기자 트위터
소말리아 상공 3000m에서 폭발로 동체에 구멍이 뚫려 1명이 죽고 2명이 다친 여객기 사고가 소말리아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 샤바브(Al-Shabaab)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폭스뉴스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여객기 사고 조사단이 알 카에다와 연관된 테러단체 알 샤바브를 이번 사고의 배후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와 교통보안청(TSA)도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날 다알로 항공 여객기(에어버스 A321)가 소말리아 모가디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지 약 15분 뒤 1만 피트(약 3048m) 상공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날개 부근 동체에 큰 구멍이 났다. 두바이에 본사가 있는 사고 비행기는 아프리카 동부 국가 지부티를 향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구멍 밖으로 빨려나가 숨졌으며, 다른 승객 2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비행기는 이륙한 공항에 다시 비상착륙했고 승객과 승무원 74명이 긴급 대피했다.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약 29㎞ 떨어진 발카드 지역 관리들은 폭발 당시 비행기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민간항공 관리자도 실종자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희생자는 55세 남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말리아 당국은 아직 폭발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세르비아 출신 조종사 블라디미르 보도피베츠(64)는 “폭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다행히 조종 장치가 손상되지 않아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비상 착륙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소말리아 항공국 관리들에게도 폭탄일 가능성이 크다고 증언했다.

비행기 구멍 사진을 본 항공 전문가 역시 폭발 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교통안전국 출신의 존 고글리아는 “기체에 이 정도 크기의 구멍이 나려면 폭탄이 터지거나 낡은 기체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밖에 없다”면서 “압력으로 구멍이 나면 기체에 그을음이 생기지 않지만, 폭탄이 터지면 이처럼 그을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AP에 설명했다.

승객들은 비행기에 구멍이 나기 전 ‘쾅’하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마침 비행기에 타고 있던 소말리아의 유엔 대리대사 아왈레 쿨라네는 페이스 북에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몇 초 동안 연기만 자욱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때 비행기 일부분이 뭉텅이로 사라진 것이 보였다”고 전했다. 쿨라네는 외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부티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는 탑승객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영상도 같이 올렸다. 그는 “뭔진 모르겠지만, 폭발물 같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1994년 일본행 필리핀 항공기 테러와도 비슷하다.

293명이 탑승한 필리핀 항공 제트 여객기의 화물칸에서 폭탄이 터져 바닥에 지름 60㎝ 크기의 구멍이 났다. 당시 3만3000피트(1만58m) 상공을 날던 비행기는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범인은 람지 유세프로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알 카에다 조직원이었다.

소말리아는 현재 알 샤바브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아랍어로 ‘청소년’이라는 뜻의 이 단체는 2014년 소말리아 남부의 여러 지역을 점령하고 샤리아 법에 근거한 극단적인 통치를 하고 있다. 알 카에다의 지원으로 현재 7000~9000명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다.

알 샤바브는 지난 1월 아프리카연합(AU)군 기지를 공격해 최소 63명의 케냐군을 사살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에도 모가디슈 북서쪽 AU군 진지를 공격해 수십 명의 부룬디군 병사를 사살했다.

또 67명이 사망한 2013년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와 148명이 숨진 지난해 4월 가리사 대학 테러 등 등 케냐에서도 크고 작은 테러를 자행했다. 당시 알 샤바브 조직원들은 기독교도만 골라내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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