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참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너무 야속한 뉴햄프셔女∼

이길 것이란 기대는 안 했지만 져도 너무 크게 졌다.

9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졌다. 샌더스가 일으킨 ‘바람’은 클린턴의 ‘조직’을, 그리고 대세론을 크게 흔들어 놨다.

클린턴 선거캠프의 전략은 “뉴햄프셔 패배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이고 3차 경선 지역인 네바다(20일),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27일)에서 ‘클린턴 대세론’을 본격적으로 불 지핀다”는 것이었다. 두 곳은 히스패닉계와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아 클린턴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러나 대선 민심의 풍향계인 뉴햄프셔 표심은 그런 기대와 희망에 등을 돌렸다. 폭스뉴스는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클린턴은 여성 유권자 층에서도 샌더스에게 졌다. 20, 30대 젊은 세대는 80% 이상이 샌더스를 지지했다. 처절한 패배다”라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65세 이상 노년층과 연봉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 이상에서만 샌더스를 압도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8년 전 뉴햄프셔는 클린턴에게 재기와 희망의 땅이었다. 2008년 1차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충격의 3위를 한 후 총력을 집중해 1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클린턴은 이날 8년 전 승리의 소감을 발표했던 남뉴햄프셔대 체육관에서 “샌더스의 승리를 축하한다. (나는 졌지만) 여전히 뉴햄프셔를 사랑한다”며 씁쓸한 패배 선언을 했다.

이어 향후 선거 전략의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은 분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분노를 풀어줄) 해결책도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샌더스가 경제적 불평등을 향한 유권자들의 분노에 기대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런 문제들을 풀 수 있는 해결사는 자신임을 강조한 셈이다. 클린턴은 “젊은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들이 지금 나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의 선거캠프는 “흑인 인권단체들이 클린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클린턴도 “흑인 학부모들이 ‘내 아이가 밖에서 모욕당하거나 총에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더 이상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8년 전 ‘첫 흑인 대통령(오바마) 탄생’에 대한 열망 때문에 클린턴의 ‘첫 여성 대통령 열망’을 저버렸던 흑인들의 지지를 확보해 샌더스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클린턴은 뉴햄프셔 경선 이틀 전인 7일 오염된 식수 때문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미시간 주 플린트 시를 방문했다. 이곳은 흑인과 빈곤층 비율이 높다.

클린턴이 주 공략 대상을 흑인 유권자로 전환한 것은 여성 유권자들의 반응이 차갑기 때문이다. 뉴햄프셔 유세 중 클린턴의 대학(웰즐리대) 동문이자 ‘정치적 동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79)은 “지옥에는 서로 돕지 않는 여성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는 노골적인 클린턴 지지 발언을 했다. ‘여성은 클린턴을 지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 발언은 되레 역효과만 낳았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샌더스를 찍은 많은 여성들은 “올브라이트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 좋은 일자리 부족, 극심한 빈부 격차가 우리가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고통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뉴햄프셔#프라이머리#힐러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