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란을 우군으로 얻은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최대 도시 알레포 장악에 나서면서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알레포가 정부군 수중에 떨어질 경우 최대 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시리아 내전이 발발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정부군은 러시아 공군의 집중 공습과 이란의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 서부의 반군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결국 정부군은 8일 알레포와 터키를 잇는 최대 보급로인 ‘아자즈 회랑’을 장악하는 등 알레포를 완전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 내전 5년 만에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소극적인 대응이 알아사드 정권과 러시아, 이란에 승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친러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권력을 쥔 시아파 정부를 지키기 위해 각각 정부군을 돕고 있다.
최근 반군들이 알레포 전투에서 잇따라 패퇴하면서 난민 3만 명이 집을 버리고 터키 국경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터키 국경을 넘지 못한 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9일 정부군의 알레포 식량 보급로 봉쇄로 주민 30만 명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알레포에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구호 음식이 전달되지 않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터키 정부에 국경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알레포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알아사드 독재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가 처음 일어난 도시다. 수니파 국가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자유시리아군(FSA)을 비롯해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인 아흐라르알샴 계열 등 반군들이 장악해 온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군은 알레포의 시장, 병원 등에 ‘통 폭탄’을 투하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 왔다. 드럼통에 폭약과 기름, 쇠붙이를 넣은 통 폭탄으로 2012년 이후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면서 정부군과 반군 간 힘의 균형이 깨졌다.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전에 참가했지만 실제로는 알레포, 홈스 등 반군 장악 지역에 공습을 집중했다.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 역시 반군과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에 돈과 무기를 지원했다.
전세가 정부군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걸프 왕정국가들은 지상군 파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 핵협상 타결 이후 중동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은 ‘중동 수니파-시아파’의 대리전에 러시아와 미국, 유럽이 복잡하게 얽힌 국제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