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등 “잠정 합의” 보도
사브밀러가 내놓은 페로니-흐롤스… M&A 통해 유럽시장 본격 진출
일본의 대형 주류회사 ‘아사히’가 영국 주류회사 사브밀러(SABMiller)의 브랜드인 ‘페로니’와 ‘흐롤스(Grolsch)’를 4000억 엔(약 4조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맥주회사가 글로벌 브랜드의 구매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아사히의 일본 경쟁사인 기린홀딩스, 산토리 등도 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의 인수 금액은 일본 맥주업계의 M&A 사상 최대 규모다. 기린홀딩스가 2009년 호주 라이언 네이션을 3300억 엔(약 3조3660억원)에 인수한 것이 최대였지만 이번에 이 기록을 깬 것이다. 태국 최대 주류사 ‘타이베버리지’와 필리핀의 ‘산미겔’ 등이 인수전에 가세했지만 아사히가 제시한 금액이 가장 높았다.
앞서 사브밀러는 벨기에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와 11월 합병한 뒤 일부 브랜드 매각을 추진했다. 합병으로 세계 맥주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게 되는 바람에 유럽과 미국 등 국가의 반(反)독점 규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합병한 두 회사는 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페로니와 흐롤스 브랜드 매각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경쟁사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은 아사히가 처음으로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는 ‘슈퍼드라이’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며 일본 내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그동안 세계 시장에선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경쟁사인 기린이나 산토리 등이 세계 각지의 맥주회사를 M&A 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린과 산토리는 해외매출 비중이 30% 이상이지만 아사히는 10%를 겨우 웃돈다.
아사히의 유럽 진출은 일본 내 맥주 소비 감소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젊은이들의 맥주 소비가 줄어 소비층은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와인 등 수입 주종과 경쟁이 치열해져 일본 맥주의 국내 출하량은 지난해 말까지 11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국내 주류 시장이 어려워지자 아사히는 2011년 980억 엔(약 9996억 원) 규모로 뉴질랜드 주류 회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엔 미국 탄산수 업체 토킹레인 인수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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