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지진해일)로 집이 파손됐는데 지원금으로 100만 엔(약 1070만 원)을 받았습니다. 가족이 6명인데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하나가와 히데토시 씨는 기자에게 “운영하던 식당도 모두 쓸려 나갔는데 가게에 대해서는 지원금은 없고 돈을 빌려준다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들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지만 주택이 전파(全破)된 경우 100만∼200만 엔(약 1070만∼214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사망자에게는 별도의 위로금이 지급됐고 여기에 민간 모금액도 해당 지역의 인원에 따라 배분됐다.
취재 중 만난 이재민들은 이를 모두 합치더라도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재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한결같이 얘기했다.
한국 출신으로 결혼과 함께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 정착한 지바 시노부(千葉忍·53) 씨는 쓰나미로 만신창이가 된 집을 미국 교회단체의 지원으로 간신히 재건할 수 있었다. 지바 씨는 “정부 지원금은 재건 후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정도였다”며 “오히려 한국 민단 등에서 120만 엔(약 1284만 원)을 받은 것이 요긴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 보상을 둘러싼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난민은 국가와 도쿄전력에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30건 냈다. 원고가 1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소송이다. 원고 대표들은 13일 도쿄에서 만나 피난에 따른 위자료와 원거주지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학교 측의 대응 미비로 자녀를 잃은 오가와(大川)초교 학부모 19명도 지방정부를 상대로 230억 엔(약 246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도쿄·이시노마키=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시리즈에 소개된 피해자 인터뷰는 지난해 재일동포들의 피해 증언을 모아 책 ‘이향피재(異鄕被災)’를 출간한 ‘동일본대지진 재일코리안 피해체험 조사 프로젝트’팀의 협조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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