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심근경색으로 별세한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과 현재 최고령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83)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세 살 연하의 스캘리아는 1986년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된 최고참 대법관으로 가부장적 가치의 수호자였다. 스캘리아가 미 보수주의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면 긴즈버그는 남녀평등과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진보파의 대모(代母)다.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7년 늦게 대법원에 입성한 현직 최고령 대법관이다.
실제 두 사람은 동성애, 낙태, 총기 문제에서 첨예한 법리 다툼을 벌여왔다. 이념뿐 아니라 외모와 성격도 판이하다. 스캘리아가 덩치 큰 이탈리아계 독설가라면 긴즈버그는 깡마른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과묵하다.
하지만 일상에선 남다른 우정을 나눴다. 1980년대 초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로 함께 재직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오페라 애호가로서 오랜 세월 오페라 관람을 함께 해왔다. 1994년엔 워싱턴 오페라단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 함께 출연하기까지 했다. 상대편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쇼핑할 때도 단짝이었다. 부부 동반으로 송년 파티를 열기도 했다. 2010년 긴즈버그의 남편 마티가 숨졌을 때는 스캘리아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무대에 오른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는 이들의 우정을 토대로 이분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법과 음악, 우정의 소중함을 담아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긴즈버그가 14일 발표한 ‘절친’ 스캘리아에 대한 애도사는 이 오페라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가 막바지로 치달을 때 테너 스캘리아와 소프라노 긴즈버그는 듀엣으로 ‘우린 다르지만 하나’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다른 것은 법조문에 대한 해석이었고 하나인 것은 헌법과 대법원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워싱턴 항소법원 시절부터 우리는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견은 달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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