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2월 22일은 ‘거짓 독도의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이달 22일 일본 시마네 현에서는 11번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가 열린다. 중앙정부의 고위 인사(내각부 정무관)가 4년 연속 참석하고 다수의 국회의원도 참석한다. 시마네 현은 1905년 2월 22일 시마네 현 고시 제40호를 ‘공시’한 지 100년이 되는 2005년에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를 만들어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그런데 어떤 국내 시민단체는 다케시마의 날을 ‘거짓 독도의 날’이라고 부른다. 탁월한 작명이다. 거짓으로 포장된 날이기 때문이다.

다케시마의 날이 근거로 삼은 고시 제40호는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명명하고, 시마네 현 오키도사(隱岐島司)의 관할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다. 1950년대 이후 일본은 이 문서를 독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지만, 이 문서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고시를 1905년 1월 28일 각의(閣議) 결정으로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사실을 공시한 행위라고 설명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1905년 각의 결정을 국제법상 ‘무주지 선점’과 관련된 행위라고 설명했다. 즉, 어느 국가에도 속해 있지 않은 무주지 독도를 영유하기로 결정하고, 그 사실을 고시 제40호로 공시(公示)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1960년대 이후 더 이상 이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독도를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주지 선점을 주장하다 보니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그 입장도 슬쩍 바꾸었다. 즉, “1905년 각의 결정이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 의사를 재확인하는 행위”라며 종전과는 다른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시 제40호도 ‘무주지 선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본 국내 행정 행위가 됐다.

요컨대 고시 제40호의 몸통은 1905년 러일전쟁 중 일본 제국주의의 각의 결정이다. 고시 제40호와 다케시마의 날을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그것은 당시 일본 전시(戰時) 정부의 은밀한 영토 침탈 조치에서 떨어져 나온 깃털에 불과하다. 다케시마의 날을 거짓으로 포장된 ‘독도의 날’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케시마의 날’은 그들 스스로 2월 22일이 ‘거짓 독도의 날’임을 알리는 날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거짓 독도의 날’을 폐지하길 바란다. 그것이 신뢰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형성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독도#일본#독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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