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中, 파라셀 제도에 미사일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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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군사적 긴장 고조
美 ‘항행의 자유’ 무력시위에… 中도 대놓고 ‘군사화 가속’ 맞불
美, 함정 추가투입 등 맞대응 가능성… 中 “국제법 따른 자위권행사 계속”
오바마 “남중국해 군사화 중단을”

中 배치 지대공 미사일 위성사진 중국이 남중국해 시사 군도(파라셀 제도) 융싱 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미국 폭스뉴스가 위성사진 분석 전문회사 ‘이미지샛 인터내셔널’에서 입수해 16일 공개한 사진에는 미사일 발사차량 8대와 레이더 시스템이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출처 폭스뉴스 홈페이지
중국이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북서쪽의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을 군사화하지 말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남중국해 분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폭스뉴스는 16일(현지 시간) ‘이미지샛 인터내셔널’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파라셀 제도의 융싱(永興·영문명 우디) 섬에서 최근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8기와 레이더 시스템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대공 미사일 포대 등은 3일 위성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14일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미 정부 당국자는 보도를 확인하면서 HQ-9 지대공 미사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제 S-300 PMU와 유사한 HQ-9 지대공 미사일은 사거리 200km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서 발진한 전투기 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중국은 이 섬에 1991년 군용 비행장을 시작으로 해군기지 건설 등 군사화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공격용 무기인 지대공 미사일을 들여놓은 것은 처음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과 미해군연구소(USNI)는 중국이 융싱 섬에서 북서쪽으로 15km 떨어진 2곳에도 준설과 매립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파라셀 제도 내의 다른 섬인 덩컨 섬에서도 최신예 Z-18F 대잠헬기 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시사 군도 섬들의 군사화에 반대하고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을 중젠(中建) 섬의 12해리 해역까지 진입시키는 ‘실력 행사’를 하기도 했다. 중국의 융싱 섬 미사일 배치는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중젠 섬은 중국이 1974년 전쟁을 통해 베트남으로부터 빼앗은 곳이어서 미군의 무력시위에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분쟁 전장은 난사 군도와 시사 군도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은 2014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난사 군도에 최소 7개의 인공섬을 건설했다. 이 중 두 곳인 메이지자오(美濟礁·미스치프 환초)와 주비자오(渚碧礁·수비 환초) 인공섬에는 각각 2.6km와 3.2km의 활주로가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앞으로 남중국해 상황이 더욱 가열될 경우 구축함과 전투기뿐만 아니라 전략폭격기 등 각종 전략무기도 인공섬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7일 중국을 방문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관련 질문을 받고 “중국의 군사시설물 배치는 제한적이며 필요한 방어시설”이라며 “군사화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도 “국토방위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은 국제법이 주권 국가에 부여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해 ‘인공섬 군사기지화’를 멈추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해군 함정의 추가 투입 등 군사적 대응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완화를 위해 군사기지화 중단 등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비행과 항해,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파라셀제도#미사일#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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