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중동 지도자들 王家그늘밑 ‘조용한 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국방-외교 등 핵심요직 속속 진출…정부혁신 추진… 상당수 미국通

늙은 국왕과 비슷한 연배의 장관들이 주도하던 중동 국가의 지도층이 젊은 미국 유학파 왕족들로 교체되고 있다. 이들은 보수적인 왕가의 그늘에서 조용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중동의 ‘노인정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신호에서 ‘차세대 걸프 국가 지도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중동 리더십의 변화를 분석했다.

중동 국가들은 왕위를 형제나 사촌에게 이양하는 사례가 많아 국왕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총리나 장관들도 국왕과 비슷한 나이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형제가 아닌 다음 세대를 왕위 계승자로 지정하면서 차기 지도자의 나이가 젊어졌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0)은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57)를 후계자로 결정했다. 장관들도 함께 젊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10일 발표한 신임 장관 8명의 평균 나이는 38세다.

이전 왕족들은 이집트 영국 프랑스 등에서 유학했으나 요즘은 미국 대학 출신이 많다. 대학 진학 전 성장기를 해외에서 보낸 이전 세대와 달리 젊은 왕족들은 중동에 살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걸프전을 목격했다. 그래서 중동의 지역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레인 왕세자인 살만 빈 하마드 알 칼리파(47)는 왕권을 축소하는 정치 개혁을 추진했으나 친지들의 반발에 꺾였다.

젊은 왕족들은 어려운 정치 개혁 대신 효율적인 국가 운영에 관심을 쏟고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36)은 전자정부 구현 작업을 추진 중이다. UAE도 최근 경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권력의 세대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방 국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중동의 차세대 지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중동#지도자#미국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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