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진, 8개 개미집단 관찰 분석
일하다 지친 개미 역할 대신해… 모두 일만 하는 집단 쉽게 무너져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개미집단보다 빈둥빈둥 노는 개미가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집단이 더 오래 존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개미들이 지쳐 쉴 때 놀던 개미들이 대신 일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지런한 개미만 있는 조직은 쉽게 멸망 위험에 빠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하세가와 에이스케(長谷川英祐·생물생태학)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6일자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츠’를 통해 발표했다.
개미나 벌 등 사회성 곤충 집단에는 항상 20∼30%의 일하지 않는 개체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일하는 개체만을 모아놓으면 다시 그중 일정 비율은 쉬었고, 노는 개체만을 모아놓으면 20∼30%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연구진은 일본 전국에 서식하는 개미 한 종을 골라 구분할 수 있도록 한 마리마다 색을 입힌 8개 집단, 1200마리를 한 달 이상에 걸쳐 사육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처음에 일하던 개미가 쉬게 되자 일하지 않던 개미가 일하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집단 75마리가 모두 일하다 일제히 지치는 경우와 일하는 강도가 제각각인 경우를 비교했다. 전체가 열심히 일한 집단은 구성원 모두가 일제히 피로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알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노는 개미가 있는 집단은 놀던 개미가 대신 일하기 시작했다.
하세가와 교수는 “인간 조직에서도 단기적인 효율이나 성과만 추구하면 조직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개미들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사미 다카히로(淺見崇比呂·진화생물학) 신슈(信州)대 교수는 “쉬는 개미의 중요성을 나타낸 가치 있는 성과”라며 “인간에게도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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