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13배 올려도 L당 123원…‘저유가’ 베네수엘라의 몸부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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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가 베네수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20년 동안이나 거의 공짜로 주던 기름값을 한꺼번에 13배 이상 올렸다. 현지 통화인 볼리바르의 환율은 한번에 58%나 올랐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재정난을 타계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휘발유 가격은 L당 0.07볼리바르에서 1볼리바르로 1329%나 올랐다. 상승폭은 크지만 여전히 싼 가격이다. 새로 바뀐 공식 환율(1달러=10볼리바르)를 적용해도 휘발유 1L는 0.1달러(약 123원)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고급 휘발유는 L당 6볼리바르로 60배가량 인상했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영 방송에 5시간이나 출연해 “휘발유 가격 인상은 경제 위기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연간 8억 달러의 지출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승인한 생필품 수입에 적용되던 환율은 기존 1달러 6.3볼리바르에서 10볼리바르로 58%나 올랐고, 환전소나 은행에서 개인이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은 고정 환율(203 볼리바르)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꿨다. 암시장에서는 1달러가 1000 볼리바르로 교환되는 실정이다. 암시장 환율을 적용하면 휘발유 1L는 한화로는 1.2원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는 1989년 저유가 때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가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국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3월 1일부터 최저 임금을 20% 인상하는 방안도도 밝혔다.

경제난 타계를 위해 경제 부통령도 시장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물로 교체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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