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국방부 장관 L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군사기밀을 빼돌리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00년 유죄를 받은 재미교포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다시 뉴스를 탔다. 이번에는 무기 도입 비리가 아니라 지난해 12월 도박자금으로 5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으면서 채권자를 때리기까지 했다는 사기 및 폭행 혐의다.
▷사적인 채무 관계의 실체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고소인 주장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린다 김을 만난 첫날 호텔방에서 김 씨가 전화 통화를 하며 “어이 권 장군, 양아치 짓 하면 안 돼. 이번 무기는 말이야…” 했다는 대목이다. 돈을 주기로 약속한 전날 밤에는 “카지노에서 1억5000만 원을 날렸다. 곧 ‘공중급유기’ 계약 건으로 300억∼400억 원을 받을 게 있는데 5000만 원만 더 주면 10억 원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는 대목도 있다. “넌 군인이었으면 나한테 죽었어”라며 막말도 했다는 것이다.
▷린다 김이 언급한 ‘공중급유기’ 사업은 6개월 전 공군이 전략자산 도입 사업에서 창군 이래 처음으로 미국산 대신 유럽산을 택해 화제가 됐던 ‘에어버스 A330 MRTT’를 거론하는 것일 거다. 총 1조4000억 원 시장에서 미국산(보잉 KC-46A)을 제치고 유럽산이 결정된 직후 언론들은 “현재 방위사업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어느 때보다 공정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산 일변도 무기체계를 다변화한 것은 물론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했다.
▷린다 김은 2008년 4월 비행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혐의로 공항경찰에 넘겨지기도 했으며 지난해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미국에서 함께 살던 가정부에게 고소를 당했다.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린다 김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국방부 장관에게서 러브레터를 받을 정도의 사이였던 사람이니 혹시나 하는 의혹이 든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은 임금이 혹하여 나라가 기울어질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이다. 미모로 ‘군’을 흔든 경군지색(傾軍之色) 린다 김의 ‘귀환’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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